사람 간에 육친관계와 사회적인 인간관계가 있듯이 사주 또한 그러하다. 오행이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섯개의 개체가 존재하고 그것들 간에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사주 또한 그러하다.
하나의 사주는 한 사람의 운명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주는 그 사람과 그 사람의 환경을 의미한다. 이것이 사주의 정의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이란 자연환경이 아니라 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이 개념을 확장해서 이해하면 사주는 서로 간에 표상관계에 있다. 마치 거울처럼 서로를 비춘다는 것이다. 이를 요즘식으로 표현하면 사주 간에는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사주는 개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주와 유기적인 관계가 있다. 사주가 여러 개의 간지로 구성되어 있는 형태가 바로 그런 의미다.
사주를 해석할 때 일간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간지와의 관계를 살핀다. 이를 확장해서 해석하면 한 사람의 운명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사주 뿐만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사주도 함께 해석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의 부모 또는 형제 또는 배우자 또는 자녀. 이들의 사주에는 내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은 사주를 가지고 있다. 사주는 여러 간지의 구성체다. 사주를 이루는 간지는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나는 복잡한 구성의 사주를 가지고 있지만, 타인의 사주에서는 단순한 하나의 육신으로 표현되어 있다. 역으로, 타인은 복잡한 구성의 사주를 가지고 있지만 내 사주에서는 단순한 하나의 육신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주가 사주를 비추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한 사람의 삶에 대한 길흉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는 물론이고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의 사주도 함께 살펴야 하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예를 들면, 나에게 일어나는 길흉의 현상은 내 사주 뿐만 아니라 내가 하나의 육신으로 나타나 있는 다른 사람의 사주에도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길흉이란 내 사주 하나만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란 의미다.
사주의 이러한 특성은 복잡성을 낳는다. 하지만 이러한 유기적 성질이 사주를 좀 더 쉽게 해석할 수 있는 길을 말해주기도 한다. 내 사주를 해석하려면 8자를 해석해야 하지만 내가 하나의 육신으로 나타나 있는 타인의 사주에서는 내가 1자로 표현되어 있다. 이것을 잘 연구하면 사주를 좀 더 쉽게 해석할 수도 있다. 이는 마치 수학에서 사용하는 치환법과 비슷하다.
사주는 사주를 표상한다. 사주는 서로를 비춘다. 표상이란 비춘다 내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가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