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한 지점에서 본다면 일진의 길이는 24시간이다.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지점을 다 잇는다면 일진의 길이는 48시간이 된다.
갑자일(당일) 계해일(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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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변경점
사주학적인 날짜 변경 지점이 있다고 하자. 그 지점의 좌우는 전 날과 다음 날이 된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날짜 변경 지점에서는 24시간의 시간차가 난다. 지구는 동쪽으로 돈다. 날짜 변경 지점에서는 동쪽은 전날이 되고 서쪽은 당일이 된다. 공간적으로 접해 있는 그 지점은 시간적으로 24시간의 차이가 난다.
날짜 변경 지점의 서쪽이 새로운 일진이 시작되었다. 그 지점이 당일의 일진이 끝나고 새로운 일진으로 넘어갈 때, 동쪽의 일진은 뒤를 이어 새롭게 시작한다. 24시간 뒤떨어져 있는 그 지역의 일진이 끝나야 하나의 일진이 끝나는 것이다. 즉, 하나의 일진이 지구적인 규모에서 끝나려면 48시간이 걸린다.
이는 사주학에서 일진을 해석할 때 아주 중요하다. 내가 있는 위치에서 일진이 끝났다고 그 일진이 끝난 것이 아니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미 그 위치에서는 일진이 바뀌었는데 왜 다른 곳의 일진을 신경써야 하나?
사주학에서 쓰이는 개념은 60갑자이고 60갑자는 주기성 즉, 반복의 개념이지 선후의 개념이 아니다. 수학에서 쓰이는 선분에서 음의 무한대 0 양의 무한대로 뻗어 있는 직선 개념이 아니다.
공간에서는 선후좌우상하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시간을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왔다 갔다 할 수 없다. 우리는 공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시간 속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간 속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인과율이라 생각한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과거가 원인이고 현재가 결과이며, 현재가 원인이고 미래가 결과이다. 하지만 60갑자의 개념에서는 원인과 결과의 선후가 없다. 미래가 원인이 되어 현재가 결과가 될 수 있고, 현재가 원인이 되어 과거가 결과가 될 수가 있다. 즉, 현재가 이러기 위해 과거가 그러할 수 밖에 없었다라는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의미는 과거와 현재가 인과율에 의해 유기적인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지구적인 관점에서 일진이 다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여전히 그 일진의 영향권 안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으로써 일진의 길흉을 따질 때 하루이틀 오차가 생기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