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풀어주는 술사들은 손님이 오면 생년 생월 생일 생시에 대해 따박따박 정확하게 물어본다.
그런데 사주풀이 결과는 아주 느슨하다. 사주명조를 열심히 분석해서 용신과 기신을 잡고 대운의 흐름을 설명할 때 대충 지지의 흐름을 보고 화지로 흐르네, 목지로 흐르네, 수지로 흐르네, 금지로 흐르네 하면서 대충 뭉뚱그리면서 길흉을 간단하게 표현한다.
이 얼마나 앞뒤 안 맞는 행동인가? 만약 사주보는 손님이 "띠는 토끼고 봄 어느날 오후쯤 태어났습니다. 사주 잘 봐주십시오." 하면 술사는 얼마나 황당해 할까? 사주보는 손님 입장에서 술사의 위와 같은 사주풀이는 마치 이와 같은 황당함을 보여준다.
같은 목이라도 갑과 을이 다르고, 인과 묘가 다르다. 인묘진이 목지(木地)라고 하나의 기운으로 설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잘 짜여진 사주라는 시스템의 정교함을 무시하는 것이다. 사주 시스템을 무시하고 사주를 푼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이와 같은 비판에 나 자신도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저런 눈대중식 사주풀이가 얼마나 잘못된 접근방법인가를 알아야 한다.
사주를 보면 볼 수록 이해하려고 하면 할 수록 사주는 만만찮게 정교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느낀다. 당장 사주와 운에 나와 있는 모든 간지의 역할과 작용을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시간을 두고 꾸준히 사유하고 탐구하고 분석하면 점점 이해하는 것들이 늘어나게 된다.
탐구과정에 억지가 개입하면 안 된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신살놀음에 정신을 팔게 되면 그 때부터 사주는 그들에게 있어 미신이 될 뿐이다.
자연의 섭리니 우주의 기운이니 음양의 기운이니 사계의 기운이니 제발 이런 소리들 좀 하지 말자. 스스로도 알아듣지 못할 표현들 무정의 용어들의 남발은 사주를 체계적으로 이성적으로 이해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저런식의 표현을 하는 사람들은 제발 수학이나 과학교양서 수준의 책이라도 좀 읽어보길 권한다. 아무말이나 던진다고 다 말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정교한 시스템을 정교하게 이해하려면 아주 잘 정의된 용어만을 사용해야 한다. 그것에는 최대한 중의적인 의미나 모호성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감정에 호소하는 그런 표현도 허용돼서는 안 된다. 사실 이것은 지켜지기가 정말 어렵다. 우리는 일상 언어로 사주를 말하고 표현하고 이해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사주의 정교함을 정갈하게 표현할 수 있고, 그 이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