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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상
날짜 : 2008-11-20 (목) 15:03 조회 : 1605

역(易)의 핵심은 표상이다. 표상이란 무엇에 대한 대리적 표현이다. 이미지로
볼 수도 있고, 과감한 생략형의 그림자가 될 수도 있고, 핵심만 찝어 놓은 뼈대
일 수도 있다. 역이 간결하다는 의미는 바로 그런 뜻으로 볼 수가 있다.

하루가 시작되면 또는 하루를 마무리할 때가 되면 그 날의 일진을 살피곤 한
다. 물론 미처 생각지 못한 어떤 사건을 경험할 때도 일진을 살피곤한다. 년이
나 월의 변화 보다 일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 표상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도움
이 된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표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좋은 사주를 잡아서 낳은 조카녀석이 2008/11/13 계해월 정사일에 그만 침대에
서 떨어져서 쌍코피를 터뜨렸다. 몇개월 안된 녀석이라 코뼈 생성이 안돼서 오
히려 코가 쿠션역할을 해서 괜찮단다. 그런데 이 날 밤 10시를 넘어 1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이었다. 엠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들려서 지나가는 차량이려니 생
각했는데,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혹시나 해서 부엌 배란다 뒷쪽
으로 달려가 보니 뒷건물 큰 옷가게 전체가 불길에 휩쌓인 것이었다. 새벽 3시
까지 불에 타는 걸 미처 다 꺼지지 않은 걸 보고 잠이 들었었다. 이날 일진 자
체가 월이 일을 극충하기에 일어난 사건들이었다.

불길할 때는 그 불길한 시각이 완전히 다 지나기전에는 절대 안심해서는 안된
다. 아주 오래전에 일진 테스트 할 요량으로 일진이 안좋은 어느 날 집밖으로
안나간 적이 있었다. 그 운을 피해보려고 말이다. 밤이 되고 거의 자시가 되어
갈 무렵 이제는 괜찮겠거니 생각하고 과일을 깍아 먹으려고 칼을 들고 껍질을
깍다가 그만 손가락을 베인 적이 있었다.

이런 사건들을 보면 역의 변화가 무척 예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
은 아니다. 그동안 관찰결과를 보면 어떤 사건에 대한 해석이 그날 하루 전이
나 하루 후의 일진으로 봐야만 해석되는 경우도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해석에
대한 편의나 방편 때문에 그렇게 본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
면 그것은 바로 표상의 성질 때문이다. 표상은 절대적으로 뚜렷한 경계가 없
다. 표상의 중심은 뚜렷하지만 그 핵심을 벗어나 변두리로 가게 될 때는 경계
가 모호해진다. 역을 관찰하는 사람의 의식은 주로 표상의 핵심을 바라보게 된
다. 하지만 그 핵심이 항상 원하는 해석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비유
해서 설명하자면, 사진기를 들고 어떤 풍경을 찍는다고 해보자. 사진을 찍고나
서 인화물을 보게될 때 원하는 초점이 빗나가 있는 경우를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 의식이 인식하고 바라보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었는데 실제로는 저것
이 더 뚜렷한 현상으로 나타나있는 것이다. 즉, 표상의 핵심(우리의 인식에 의
한)이 항상 현실의 중심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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