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들은 CG(Computer Graphics) 를 빼곤 말 할 수 없을 지경이다. SF(Science Fiction) 영화에는 이루 말할 것도 없다. 그래픽이 정교하게 발전을 했고 움직임도 자연스러워졌지만 여전히 허구성이 드러난다.
1. 괴물의 포효
괴물이 먹이감을 앞에 두고 쓸데 없는 포효를 하는 장면은 아주 익숙하다. 괴물이 나오는 장면에는 한결 같이 들어가는 모션이다. 그런데 실제 세계에서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을 때는 그런 미련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기회포착이 됐을 때 바로 잡아먹는다. 먹이감이 도망을 가면 어떻게 해서든 잡기 위해 온 전력을 다한다. 먹이감을 앞에 두고 쓰잘데기 없는 포효는 하지 않는다. 그런 포효를 볼 수 있는 곳은 인간세계에서다. 인간들끼리 싸울 때 서로 욕지거리를 하거나 레스링 같은 쇼맨쉽이 필요한 경기를 할 때는 포효를 한다. 즉, 영화에 나온 괴물의 포효는 전혀 동물적 본성이 아닌 인간적 쇼맨쉽이라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잘 만들어진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허구성이 너무 짙게 느껴지는 것이다.
2. 괴물의 움직임
과거의 그래픽과는 달리 현대의 그래픽 기술은 아주 뛰어나다. 움직임도 아주 부드럽다. 그런데 그 부드러움 속에 허구성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움직임의 프레임을 보면 일정하다. 지나치게 일정하다. 다시 현실의 동물세계를 보자. 육식동물끼리 싸우는 장면을 보면 상대에 대해 어쩔 때는 무심한 듯 하면서도 어슬렁 거리면서 헛점을 찾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동작이 빨라지면서 물어뜯고 그러다 떨어져 다시 숨을 할딱거리면서 헛점을 찾고 또 무심한 듯 보인다. 그러다가 싸움이 붙으면 번개같이 달려 들어 목의 숨통을 노린다. 그래픽에는 이런 강약중강약의 흐름이 없이 일정한 프레임으로 괴물들의 싸움이 연출되어 있다. 이것이 시청자로 하여금 허구성을 느끼게 한다.
뛰어난 그래픽 품질 외에도 진짜 같은 동물의 습성 그리고 움직임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꼭 괴물이 아니더라도 그래픽으로 표현된 외계인, 동물, 인간 등등에 그런 허구성이 짙게 배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