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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 물상론의 허무맹랑함
芝枰 | 18.11.25 11:03 | 1,360 hit

전국 시대 추연이라는 사람이 오덕종시설을 주장하면서 유세를 하였고 유명세를 떨쳤다. 오덕종시설이란 상극설을 의미하는데 새로운 왕조는 이전 오행의 덕을 이기고 새로운 오행의 덕을 세운다는 의미다. 이전 왕조가 무너지고 새로운 왕조가 세워지는 것을 상극설로 설명한 것이다. 진나라는 수덕의 상징이었다. 그때문에 법이 강화되고 검은색이 숭상되었다. 진나라가 망한 뒤 한나라는 토덕의 상징이었다. (토극수) 오행이 무엇을 상징하느냐에 따라 법제와 문화가 바뀌었다. 저 당시에 이미 오행에 대한 물상적 인식이 일상화 되어 있었다는 의미다.

오행의 역사는 대강 이러하다. 오행개념이 먼저 생겼고 그 다음에 상생설이 생겼고 그 다음에 상극설이 생겼다. 현재 오행의 순서인 목화토금수로 자리잡게 되기까지도 시간이 걸렸다. 최초 누가 오행설을 만들어 주장했는 지는 알려진 바 없다. 그리스의 4원소설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옛사람들은 오행을 자연의 기본 원소로 생각하였다. 그것이 진리인양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과학이 발달한 지금은 4원소설이나 오행 원소설은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다.

간지 물상론의 뿌리는 아마도 오행 물상론일 것이다. 오행론으로 유명한 고서로는 회남자와 오행대의가 있다. 저 책들에서는 오행의 상생 상극을 설명하고, 오행에 만물을 배속하는 식이다. 간지에 양음(음양이 아님)과 오행이 배속되고 간지에도 물상론적 사고가 깊이 배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사고방식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과학이 발달하고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시대에 왜 저런 샤머니즘적 발상이 여전히 지배적인가? 가장 커다란 이유는 동양에서는 과학적 사고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문화였기 때문이다. 검증 보다는 주장만 하기 때문이다. 도제식 교육의 폐단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도제식 교육은 스승의 잘못된 사고가 그대로 전수되어 잘못이 수정되기가 어렵다.

간지 물상론자들이 푸는 썰을 들어보면 하나 같이 소설을 쓰고 있다. 현실 사물에 빗댄 설명을 빼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정도다. 물론 이것이 사람의 현실의 삶을 설명하는 체계이기 때문에 표상적 설명은 필수이지만, 그 설명 방식이 글자를 놓고 그 글자에 온 세상의 이치가 다 있는 것 마냥 장황하게 늘어 놓는다.

어떤 인터넷 카페에는 이런 주장이 있다. 사주에서 월을 논하지 않는 것은 농부가 계절을 보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과 같다고 써놓았다. 저런 표현을 하는 이유는 은유와 비유를 통해 월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은유일 뿐 원리는 아니다. 특히 월을 원시시대적 발상으로 계절과 접목시켜 이해하는 것은 사주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저런 표현들은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을 빗대어 말하니 사람들을 혹하게 만드는 함정이 있다. 하지만 저런 방식의 이해는 한계가 뚜렷하다. 지금은 농사지대본의 시대도 아니다. 1년에 1모작 하는 시대도 아니다. 농사를 짓지 않아도 수입을 통해 먹거리를 얼마든지 들여올 수 있는 시대다. 산업화시대이고 아이티기술의 시대다. 계절과 무관한 산업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무엇보다 계절은 경위도 마다 다 다르다.

월은 계절과 무관하다는 얘기를 또 해본다. 사주는 지구상 어느 곳에서나 통용되는 시스템이다. 북반구 남반구 적도 할 것 없이 동일하게 사주를 세운다. 오(午)월이라도 북반구 어느 곳은 덥지만 남반구 어느 곳은 맹렬히 춥다. 같은 북반구라도 어느 지역은 춥다.(냉동공장)

글자 하나가 계절을 대변한다는 발상은 원시적 지엽적 국소적 편협적 근시적 발상이다. 다시 말해 특정 글자가 특정 물상을 표현한다는 사고는 굉장히장히장히장히 잘못된 것이다. 간지 물상론자들이 수학을 한다면 아마도 0 부터 9까지의 숫자에 세상만상을 다 구겨넣고 삼각형의 면적을 3이라는 숫자로 설명하려고 들 것이다.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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