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학에서는 하루를 12등분으로 나누어 12시진을 쓴다. 1 시진이 현대의 시계로 2시간에 해당한다. 자시와 자시 사이를 12등분으로 나누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의문을 품어야 할 부분이 있다. 과연 12시진의 간격이 동일한가 하는 문제이다.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12시진의 간격은 동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터넷만세력은 가급적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표준시에 출생자의 출생지의 경도를 보정하고 또한 균시차까지 적용하여 진태양시로 환산하여 사주를 산출해준다. 그런데 여전히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 그것은 바로 위도차에 대한 고려가 안되어 있다는 것이다.
동일한 경도상에서 위도만 다른 두 위치가 있다고 하자. 이 두 위치는 정오나 자정의 시각은 동일하나 일출과 일몰의 시각은 다르다. 이는 지축이 황도면에 대해 23.5도 기울어져 있고 지축을 기준으로 한 경도선 또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절에 따라 위도가 높은 곳의 일출이 빠르기도 하고 위도가 낲은 곳의 일출이 빠르기도 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진태양시를 기준으로 한 12시진의 간격이 동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하나의 근거가 된다.
이와 비슷한 다른 예로 24절기를 보자. 24절기를 나누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동지와 동지 사이를 균등한 길이로 24등분한 평기법이 있고, 1년을 360도로 보고 그 각도를 24등분한 정기법이 있다. 실제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타원모양을 따라 움직이지, 완전한 원운동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전 위치에 따라 지구 공전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지기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이유로 정기법에서는 24절기의 간격이 균일하지가 않다. 처음에 평기법을 쓰다가 정기법으로 바뀐 이유는 정기법이 계절감각을 좀 더 잘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12시진의 간격 문제는 24절기가 평기법에서 정기법으로 바뀐 예와 상통하는 문제이다. 동일한 경도선상에서 위도만 다른 지역에 대해 하루의 일출일몰 시각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더더욱 12시진의 간격은 다를 수 있다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실제 사주를 보면 시간의 경계선상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 시간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시각을 적어놓기 때문에 그 시각을 완전히 신뢰할 수가 없다. 그럴 때는 출생시각 판별을 위해 과거지사에 대해 캐물어야 한다.
사주는 태아가 모체로부터 개체 분립되는 순간에 성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그 순간에 대한 기준들이 다르다. 누구는 태어나서 첫호흡을 터트리는 순간이다 하고 누구는 탯줄을 끊은 순간이다 말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이상론(理想論)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임상적으로 살펴본 바로는 자궁문이 열리는 순간 그 아이는 이미 개체 분립이 된 것으로 보아야 더 타당한 해석이 가능하였다. 이 부분은 임상적으로 많은 데이타가 축적되어야 한다.
12시진의 간격을 정밀하게 정하는 것과 태아의 출생 시점을 임상에 의해 확실하게 정의하는 것은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이 두 문제는 동시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한쪽이 부정확하면 이쪽이 부정확한 것인지 저쪽이 부정확한 것인지 구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두 문제 모두 이론적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많은 임상자료에 의해 철저하게 분석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