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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사주에 대한 해석
芝枰 | 14.02.09 10:37 | 3,562 hit

사주가 동일하다 하여 다 똑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것이 사주학이라는 체계의 약점일 수도 있으나 사주학의 체계가 허용한 부분이다. 동일한 사주로 남자냐 여자냐만 보더라도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아이들마다 유일무이한 코드를 부여한다면 거기엔 어떠한 패턴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무한한 확장은 역의 기본 원리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주를 해석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가족의 사주를 모두 살피는 것이다. 사주는 한 개인에 대한 지문이 아니다. 사주는 한 개인 및 그 개인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역학(易學)적인 표현이다. 한 개인의 사주가 동일하다고 가족의 사주까지 동일한 경우는 거의 없다. 설령 우연의 일치로 가족의 사주가 동일한 두 가족이 있다하더라도 할머니나 할아버지대까지 동일하긴 힘들다.

흔히 사주를 보기전에 환경 정보를 묻는다. 태어난 생년월일시와 남녀에 대한 정보다. 하지만 이것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개인의 사주 하나로 그 부모의 사주나 자식의 사주까지 정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주는 기본적으로 한 개인이 아니라
그 개인을 중심으로 한 가족에 대한 표현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자.


사주 하나로 모든 것을 다 설명하려는 시도는 다른 한편으로는 왜곡을 낳게 된다. 비유하자면 왼쪽을 맞추어놨더니 오른쪽이 삐딱하게 되고 오른쪽을 맞추었더니 앞쪽이 삐딱하게 되는 등등 사주의 이론 자체가 왜곡될 수 밖에 없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태양계에 오직 지구라는 행성 하나만 있었다면 지구 하나의 궤도만 계산하기가 아주 편할 것이다. 하지만 달의 영향을 받고 다른 행성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에 따른 섭동효과를 계산해야만 지구의 공전궤도를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다.

사주의 연구 또한 이와 같은 식으로 진행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궁합은 단순히 남녀간에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기본적으로 모든 육친에 대해 확장하고 모든 인간관계로 확장하는 해석에 대한 연구가 심도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동일한 사주에 대한 다른 해석은 어떤 모순도 낳지 않는다.

오늘 무심코 인터넷에서 위도 경도에 60갑자를 매긴 방법을 보았는데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이었다. 사주문제를 사주 외적인 요소들을 끌어들여 해결하려는 것은 방법이 아니다. 풍수, 관상수상, 이름 이런것들을 끼워넣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참고는 할 수 있을 지언정 그것이 사주학의 발전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 사실 똑같다는 것에 대한 정의도 아직은 없는 상태다. 어느 범주까지를 똑같다고 보아야 하는가? 얼굴이 완벽하게 동일해야 하는가? 직업이 같아야 하는가? 죽음의 시각까지도 동일해야 하는가? 등등.. 조금만 달라도 다른 것이다 라고 말한다면 사주라는 학문이 생긴 이래 어떤 경우도 동일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 사주란 것은 그냥 의미가 없는 허상에 불과한 것이 되어 버린다. 그런식으로 따진다면 이 세상의 근원은 무(無)이므로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모든 것이 다 허상에 불과하다는 허무론에 빠질 수가 있다.

여기엔 수학의 위상기하학적인 개념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모양은 다르지만 어떤 특성을 만족하면 동형으로 볼 수 있다는 개념이다. 실제 어떤 수학적 형태의 도형을 도입하자는게 아니라 사주학에 맞는 그런 개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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