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사후약방문이라고 폄하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무지와 무식의 소치다.
사주에 원리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 순서다. 원리는 어떻게 파악하는가? 가설과 검증이다. 가설을 세우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미래를 내 마음대로 당겨서 빠르게 가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때문에 과거지사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알고 있는 가설 또는 새롭게 만들어 낸 가설이 과거지사를 잘 설명할 수 있는지 먼저 검증해봐야 한다.
과거지사를 해석하는 일은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검증작업이고 원리 분석이다. 마치 물리학에 비유를 하자면 실험에 대한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다. 양자역학은 잘 세팅된 엄청난 수의 실험에 의해 검증된 이론이다. 미시의 세계는 인간의 직관이 통하지 않는 세계라 원리 파악을 위해서는 실험이 필수일 수 밖에 없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결과와 다르면 가설을 폐기하거나 수정한다. 그렇게 양자역학은 입지를 굳혀 온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미 드러난 과거지사에 대한 사주해석은 사주연구의 필수코스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 가설을 바로 검증할 수도 없고, 미래를 시간적으로 기다리는 것은 사주연구에 있어 큰 낭비다. 때문에 과거지사를 들여다 봐야 하는 것이고 일관성 있게 해석할 수 있도록 그 원리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과거지사에 대한 사주이 해석이 쉽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사주를 제대로 모르고 떠드는 소리다. 과거지사를 일관되게 해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 가설이나 갖다 끼워 맞추는 식으로 해석하다 보면 모순이 드러나 버린다. 아무말 잔치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사주연구가 어려운 이유는 그 연구 대상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주연구에서는 사람을 물체 다루듯 다룰 수 없다. 사주연구가 가지는 근본적 한계다. 사주연구의 발전이 더딜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사주연구 발전을 더디게 하는 가장 커다란 장애물에는 미신적 사고방식도 큰 몫을 한다.
사주에는 과거/현재/미래의 개념은 없다. 육십갑자의 해석이 있을 뿐이다. 현재와 과거지사에 대한 갑자의 해석을 일관되게 할 수 있다면 미래에 대한 갑자의 해석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때문에 미래지사에 대해 반드시 예측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힐 필요가 없다. 이런 태도는 사주를 순수한 학문의 영역에서 원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학자들의 입장이다.
만약 미래에 대한 예측이 틀렸다면 뭔가를 잘못 알고 있거나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알고 있는 가설을 폐기하거나 수정해서 견고하게 만들면 된다. 이러한 사주연구 방식은 과학적 연구방식과 전혀 다르지 않다.
요약하면,
사주연구는 과거지사를 해석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과거지사나 미래지사나 사주의 해석적 관점에는 차이가 없다. 그저 갑자의 해석일 뿐이다. 가설에 대한 빠른 검증을 위해서는 과거를 살펴보는 것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