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 덕에 요즘 형태의 스마트폰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손 안에 컴퓨터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됐다. 피씨시대에는 운세 프로그램이 그리 많지 않았다. 거의 기억나는 것이 없다. 손 안의 컴퓨터 시대에는 운세 앱들이 많이 개발되었다.
플레이스토어에서 "운세"로 검색을 하면 250가지의 앱이 나온다. 다 설치해볼 수는 없으니 어떤 내용들을 서비스하는지 대강 파악하고 걸러내면 된다. 아래 적은 내용들이 위주라면 그냥 통과하는 것이 낫다.
부적: 엉터리
혈액형 운세: 엉터리
띠운세/띠궁합: 엉터리, 사주는 띠 하나로 보는 게 아니다.
오행 성격: 일간의 오행으로 성격을 말하고 운세를 말하는 것 또한 물상론에 근거한 낭설이다.
사주풀이: 평생운세를 초년 중년 말년 이런 식으로 적어놓은 것 또한 엉터리다. 사주에서는 그런 개념이 없다.
토정비결: 제일 만만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것은 세세한 내용을 다룰 수 없다.
당사주: 현재 시중에 돌고 있는 당사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엉터리다.
주간운세: 사주에는 주간이라는 주기는 없다. 이것 또한 엉터리다.
사주를 바탕으로 운세를 일반사람들한테 보여주려면 풀이에 대한 결과를 일반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적은 글귀를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사주와 운과의 조합에 따른 풀이를 모두 글귀로 적어서 보여주는 것은 엄청난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그 풀이가 올바른 것인지도 문제가 된다. 동일한 사주와 운이더라도 목적사안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동일한 사주와 운이더라도 가족의 사주에 따라서도 운이 달라질 수 있다. 하나의 사주는 그 사람의 인생을 전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이런 깊이까지 아는 사주쟁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런 세세함까지 챙긴다면 디비자료는 엄청나게 방대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일반인들을 위한 풀이에 대한 글귀를 방대하게 만들지 않고도 운이 어떤지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어째든 제대로 하려면 사주를 해석하는 전문적인 로직(해석엔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주명식과 이론이 철저해야 한다. 진지하게 이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운세앱에서 그런 전문성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 어차피 거의 대부분의 운세앱들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운세앱들의 풀이를 대강 훑어보니 대부분 살붙임(말풍선)이 많다. 촌철살인적으로 핵심을 짚는 내용이 없다. 설마 운세앱을 가지고 사주풀이를 해주는 사주쟁이들이 있지는 않겠지?
운세앱에 대한 리뷰 중에 오늘의 운세는 잘 맞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이렇다. 육십갑자는 다채롭게 변한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그리 다채롭지 않다. 특이한 경우보다는 루틴적인 일상이 대부분이다. 운이 좋다 나쁘다 할 경우 어떠한 액션도 없다면 길흉도 뚜렷하지 않다. 자다가 날벼락 떨어지는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운세의 결과를 수동적으로 감떨어지기를 바라는 관점에서 보면 안 된다. 운이 좋다면 그만한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이고, 운이 좋지 않다면 하려던 것을 좀 미룬다거나 더욱 조심해야 한다. 운의 결과는 행동에 대한 결과로 봐야 한다. 아무런 행동도 없이 운이 좋다고 뭔가 행운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것은 농부가 새해 운세가 좋다고 씨앗도 안 뿌리고 수확을 거두려는 행동과 같은 것이다.
주역에 관해 이런 표현이 있다. 부동사 부점. 움직임이 없으면 점도 없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틀에 박힌 활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특이한 미래도 없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평상시와는 달리 기분이 이상하다든지 꿈자리가 사납다든지 그런 경우는 어떤 조짐이 있다는 것이니 그럴 때 점을 치거나 일진을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