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이 있다면 시간은 동서의 방향이지 남북의 방향이 아니다. 태양은 동서 방향으로 뜨고 지지 남북 방향으로 뜨고 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북반구나 남반구나 시간체계는 같다. 같은 경도선상에서 같은 년월일시에 태어난 사람은 사주가 같은 것이다.
사주에서 말하는 시간은 어떤 기준에 의한 일정한 주기를 의미한다. 그런데 물리적 현상으로서의 계절은 일관성 있는 주기를 보여주기에는 부적합하다. 계절은 온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그 온도란 것은 변화가 굉장히 심하다. 일관성 있는 주기를 보여주는 기준으로 삼을 자격조차 되지 않는다.
북반구와 남반구가 계절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주가 다르다고 주장한다면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위도 0도 부근에서는 북반구든 남반구든 온도가 유의미하게 다르지 않다. 위도 0도 부근에서는 계절의 관점에서 북반구와 남반구의 구별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그 지역 사람들의 사주는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또한 이런 경우는 어떠한가? 한 산모가 있다. 그 산모가 정확히 위도 0도선상에서 동서 방향으로 가로로 누워서 아이를 낳는다고 해보자. 동쪽으로 머리를 두고 아이를 낳든 서쪽으로 머리를 두고 아이를 낳든 출산시 아이의 절반은 북반구에 위치해 있고 절반은 남반구에 위치해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아이는 아수라백작의 두 얼굴처럼 두 개의 다른 사주를 한꺼번에 갖게 된다는 말인가? 잘못된 상상은 망상을 낳는다.
사주에는 계절 개념이 애초부터 없었다. 사주를 계절 개념으로 보는 것은 처음부터 착각이었다. 사주를 계절 개념으로 생각한 이유는 특정 지역(동북아) 사람들의 아주 좁은 생활 반경에서 비롯된 경험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주는 그 지역 사람들한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전지구적으로 적용되는 시스템이다. 지구 전역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에서만 통용되었던 잘못된 가정을 버려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모순이 제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