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조후론(계절)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 중에 논리의 철저함을 보여주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주를 조후론으로 본다는 것은 사주를 계절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의 온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을 한다. 평균기온이 나온 만세력까지도 등장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관점이 틀리다는 증거는 넘쳐난다.
이 글은 그 중에 하나를 지적한 것이다.
조후론이 사주를 해석하는 방법론으로 적당하다면 하루 12시진의 간격 또한 달리봐야 한다. 태양이 뜨고 질 때의 온도가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구름이 끼고 눈비가 오거나 태풍이 불거나 바람이 있고 없고 또는 일식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도 온도차는 굉장히 커진다. 일단 이런 구체적인 현실은 옆으로 밀어두고 오직 해뜨고 지는 것에 대해서만 논해보자.
날의 길이는 매일 다르다. 북반구에서는 여름에 낮의 길이가 길고 밤의 길이가 짧다. 조후론이 옳다면 해가 뜨는 시점을 인시로 봐야 하고 해가 지는 시점을 술시로 봐야 한다. 하지만 북반구 여름과 겨울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 여름에는 태양이 인시에 떠서 해시에 진다. 겨울에는 묘시에 떠서 유시에 진다. (링크 일출 일몰 참고)
그런데 이것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위도에 따라 태양이 뜨고 지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좀 더 극단적인 상황을 보자.
지축은 공전면에 대해 약 23.5도 기울어져 있다. 북위 66.5 도 이상의 지역에서는 한 여름에 백야 현상이 있고, 한 겨울에는 흑야 현상이 있다. 백야는 해가 지평선 위에 머물러 해가 계속 떠 있는 상태고, 흑야는 해가 지평선 아래에 머물러 해가 져 있는 상태다. 이런 경우 조후론적 관점에서 하루 12시진의 길이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백야나 흑야 때 태어난 사람들은 사주가 없고 삼주만 있는 것인가?
나는 일출 시각이 사주를 세우는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백야가 있든 흑야가 있든 지구는 자전을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주기성이다.
사주를 세우는데 일출 시각이 영향을 주는가 안 주는가에 대해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핀란드나 알라스카에서 백야나 흑야가 있는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의 사주를 분석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주풀이가 잘 들어맞는다면 일출 시각은 사주를 세우는데 있어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조후론은 엉터리라는 증거가 하나 추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