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사주를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많이 공을 들이는 부분이 물상론이 아닐까 한다. 물상론은 천간과 지지를 현실속의 사물에 빗대어 보는 방식이다.
왜 이런 사고방식이 나왔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사주에서 월(月)을 계절로 보는 것 또한 물상론의 관점이다. 간지(육십갑자)는 단순히 주기성을 나타낸다. 거기에 우리의 현실감각을 대응시킨 것이 사주의 월을 계절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이 관계는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다.
시간을 기준으로 보자.
달력에서는 년월일시를 간지로 표현한다. 단순히 60갑자의 주기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여기서 주기성이란 주기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숫자로 나타낸 월과 지지는 고정이다. 11월 자월, 5월 오월 등등.
우리가 현실에서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시간을 보자. 월을 기준으로 본다면 겨울에는 춥고, 봄에는 따뜻하고 바람 많이 불고, 여름에는 무덥고, 가을에는 서늘하다. 이런 계절적 변화가 비슷한 시기에 반복된다.
육십갑자는 관념적인 것이고 우리가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계절은 경험적이다. 이 두 가지를 1대1 대응시켜서 얻은 물상론이 조후론이다.
그런데 이것은 참이라고 할 수 없다. 계절적 감각은 북반구냐 남반구냐에 따라 다르고 위도에 따라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간지를 물상론으로 설명하면 우리의 경험을 토대로 말하기 때문에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넓게 적용하면 맞지 않는다. 사주는 특정 지역에서만 맞는 체계가 아니다.
간지를 물상론으로 바라보는 것은 주술적인 사고방식이다. 인간세계에 주술이 통하리라는 것은 설득력 없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