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주로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왜곡된 시각이다. 사주 자체가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는 지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길흉화복이 내 사주만으로 풀리지 않는 경우는 아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사주가 틀린 것이 아니라 사주를 보는 시야가 좁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다.
사주는 일간이라는 해석중심이 있다. 비유하자면 수학의 좌표계에서 원점에 해당한다. 일간을 중심으로 다른 간지의 상대적 의미와 작용을 살피는 것이 사주해석의 기본이다. 사주를 구성하는 간지는 나를 포함한 내 환경이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와 타인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사주를 해석한다는 것은 나와 타인의 작용을 모두 해석한다는 것이다. 내 사주에서 타인은 단순히 하나의 육신으로 표현이 되지만 그 타인의 사주에서 나 또한 하나의 육신으로 표현이 된다. 상호 표상관계에 있는 것이다. 내가 내 사주에서의 상태와, 타인의 사주에 나타난 내 상태를 모두 해석해야 올바른 해석이 나온다. 수학적으로 비유하면, 내가 표현된 곳의 내 상태를 모두 적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내 사주에서 나는 유리한 상태지만, 타인의 사주에 나타난 나는 불리한 상태일 수 있다. 이러한 대립적 관계에서 내 삶이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 지 해석을 해야 한다. 즉, 다양한 조합의 상태가 존재하고 그 결과를 추론해 내야 한다.
비유를 해보자. 운전실력 훌륭하고 교통신호도 잘 지키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운전경력만으로는 그 사람이 사고를 일으킬 것이라 예상하기 어렵다. 아무리 그 사람이 잘 해도 다른 차의 운전자가 잘못 된 운전을 하게 되면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사주학적으로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그 운전자의 모든 환경을 알아야만 한다. 지구의 공전궤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태양계 내 다른 천체의 섭동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사람은 물체가 아니다. 가족 외에 타인의 정보를 모두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환경정보를 알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여기서 환경정보란 사주학의 관점에서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사주를 의미한다.
생년월일시 정보로 사주를 뽑고 그 사주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절대적인 인생사가 자판기 뽑듯 술술 나오리란 착각은 버리자.
다시 강조하면,
사주학에서 내 사주는 내 인생을 해석하는 하나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 조건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