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 사계절은 없다.
농경사회에서 시작됐던 사주라는 길흉예측술은 그 당시의 원시적이고 근시안적인 안목이 여전히 현재까지도 답습되어 내려오고 있다. 이를 깨뜨리지 않으면 사주라는 분야가 발전할 수가 없다. 옛사람들이 적어놓은 글귀나 주장을 아무런 비판적 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종교적 행위에 불과하다. 사주는 종교가 아니다.
사주에서 사용되는 개념은 음양, 오행이다. 음양과 오행을 결합한 것이 60간지다. 60간지에는 음양오행 개념 뿐 아니라 주기성이라는 개념도 들어 있다. 10간과 12지는 60간지화되어 사용되기 때문에 그것들만의 별도의 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사주는 모든 것을 간지로 표현한다. 간지는 사주를 표현하는 기본적인 서술체계다.
사주에는 사계라는 개념이 들어있지 않고 사계라는 개념을 도입했을 때 어떤 혼란과 모순이 야기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사주 즉, 생년 생월 생일 생시는 모두 간지로 표현된다. 주기의 간격은 다르지만 간지로 표현하는 것은 같다. 이중에 특별히 년을 지목하여 그것을 다시 4등분하여 4계라는 개념을 도입할 수 있다고 가정하여 보자.
가정 a.
목 | 화 | 금 | 수 |
봄 | 여름 | 가을 | 겨울 |
인묘진 | 사오미 | 신유술 | 해자축 |
만약 가정 a. 가 참이라면 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자축이 각각 하나의 묶음이 된다는 의미다. 사주는 모든 것을 간지로 표현한다는 대전제에 의하면 그 하나의 묶음에 대응되는 하나의 간지가 존재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어떤 문헌에도 4계를 간지로 표현한 예는 없다. 또한 4계를 간지로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다. 4계가 간지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도 없다. 4계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개념화되지도 않은 인위적 느낌일 뿐이라는 것이다.
가정 b.
인묘진 | 사오미 | 신유술 | 해자축 | |
갑인 | 을묘 | 병진 | 정사 | 역원(예) |
무오 | 기미 | 경신 | 신유 | +1년 |
임술 | 계해 | 갑자 | 을축 |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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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가정을 할 수 있다. 4계를 사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응하는 간지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것을 계절간지라 칭하자. 그러면 만들면 되지 않느냐 주장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느 시점을 역원으로 하여 4계에 계절간지를 배속시킨다 하자. 그럴 경우 이러한 모순이 발생한다.
1년을 4계로 나누는 것은 계절 감각에 맞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것에 계절간지를 배속하게 되면 계절 감각이 파괴된다. 간지는 주기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각 월의 지지와 4계에 배속된 간지의 지지가 대립되는 상황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4계에 간지를 배속하는 것은 4계를 부정하는 결과를 낳고, 4계를 지키기 위해 계절간지를 포기하는 것은 간지로 표현되지 않은 4계를 주장하는 것과 같다. 간지로 표현되지 않는 4계는 사주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다. 계절간지를 4계에 도입해도 모순이고, 도입하지 않아도 모순이다.
결국 4계라는 것은 사주체계에는 없거나 부합하지 않는 개념이다.
이러한 문제가 야기됨에도 불구하고, 4계라는 개념을 포기하고 3개월 단위로 계절간지를 배정한다고 해보자. 사실 계절간지는 그 말 자체로 모순이다. 4계라는 개념을 버린 개념이기 때문이다. 만약 3개월이 하나의 계절간지를 갖는다면 그것을 년일시에 적용하지 못 할 이유가 없다. 년일시 또한 3개의 간지를 한 묶음으로 하는 또 다른 간지가 존재해야 한다. 이는 결국 사주가 8주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과도 같다. 계절간지의 존재가 참임을 입증하려면 년월일시에 적용할 수 있는 계절간지의 역원을 밝히고 그 임상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정리하면,
간지 없는 4계 - 사주 체계와 불일치
계절간지 - 자체로 모순 되면서, 4계는 부정되고, 사주가 팔주가 되는 복잡성을 낳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