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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는 없다"에 담긴 착각
芝枰 | 24.10.17 04:08 | 43 hit
"사주는 없다"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책의 작자가 사주를 부정하는데 핵심이 되는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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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명리학은 인간이 태어날 때 자연의 기운을 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성립된다

"사주는 없다"를 쓴 작자는 사주가 우주의 기운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그것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사주가 우주의 기운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주장 자체가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미 허무맹랑한 주장을 비판하는 것이니 비판 자체가 허망하게 된 꼴이다.

작자는 책에서 사주가 우주의 기운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주쟁이들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지 사주 자체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작자는 사주에 대한 잘못된 전제를 마치 사주에 대한 유일무이하고 올바른 정의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아주 심각한 착각이다.

또한 사주를 구성하는 간지라는 글자가 마치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 한다고 사주쟁이들이 주장한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주장하는 사주쟁이는 없다. 작자 혼자 멋대로 주장을 지어내고 비판을 하면 어쩌잔 것인가. 설령 그런 식의 주장을 하는 사주쟁이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잘못된 주장일 뿐이다.

사주를 바라보는 관점은 굉장히 다양하다. 사주와 우주의 기운 또는 자연의 기운 운운하는 것은 옛사람들의 사고방식이고 부분일 뿐이다. 그들의 주장에 대한 비판을 마치 사주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착각을 해서는 안 된다.

작자는 또한 책에서 사주의 과학적 방법론 부재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설계된 통계가 없으니 사주는 엉터리란 식으로 주장을 하고 있다. 이 또한 잘못된 주장이다. 사주는 사람의 인생에 관한 것이다. 개인의 삶은 비밀스럽게 보장되어야 한다. 타인이 임의대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서 일단 통계적 연구의 한계가 있다. 그런 한계의 고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공평한 관점이라 볼 수 없다.

사주를 연구하는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작자는 본인이 스스로 제대로 된 방법론을 통해 사주가 거짓이란 것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전혀 하지도 않은 채 단지 그런 연구가 없다는 것만 가지고 사주가 엉터리라고 주장을 한다. 그것은 사주 연구자들의 태도의 문제이지 사주 자체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방법론으로서의 과학적 연구는 얼마든지 고쳐 잡을 수 있는 문제다. 지금까지 과학적 방법론으로 연구를 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연구하면 될 문제다.

작자는 자신의 책에서 고금에 나온 여러 책들을 언급하면서 사주쟁이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주장에 대한 반박일 뿐 사주 자체에 대한 반박이 아니다.

책의 제목을 바꿔야 한다. "사주는 없다"가 아니라 "사주에 관한 잘못된 주장들" 이라고.

작자가 사주에 대해 비판하는 출발점부터 보더라도 작자는 사주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자가 책에서 비판하는 사주쟁이들은 주로 옛사람들이고 그 옛사람들의 잘못된 주장을 이어받아 주장하는 사주쟁이들이다.

작자의 책에는 진정한 현대적 관점의 사주관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그럼에도 마치 모든 사주쟁이들이 철떡같이 믿고 있는 주장들을 일소한 것처럼 착각에 빠져 혼자 의기양양해 하고 있다.

사주가 지금의 틀을 형성해 온 것은 비록 혼잡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잡한 것들이 문제이지만 말이다. 사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혼잡된 것들에서 잘못된 것들을 솎아내어 버리고 사주의 체계를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저런 비판은 많을 수록 좋다. 그래야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비판하고 있는지 그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똥과 된장의 색깔이 비슷하다고 구분을 못 하면 누구의 잘못인가?

芝枰 2024.10.17 23:09
저 책에는 사주쟁이들이 오행 천간 지지에 무슨 의미를 부여하든 싹 다 무시하고 과연 간지로 이루어진 사주가 사람의 삶에 관해 어떤 것을 알려주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접근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그저 사주쟁이들의 주장을 꼬투리 잡는 식 뿐이다.

비유하면 마치 이런 식이다. 수박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수박에 대해 저마다의 주장을 한다. 누구는 수박이 태양 빛을 받고 자라는 것이므로 태양의 에너지가 있는 것이다 주장하고, 누구는 수박이 달빛도 받으니 달의 에너지가 있는 것이다 주장하고, 누구는 별빛도 받으니 별의 에너지가 있는 것이다 주장하고, 누구는 하늘을 바라보고 자라니 하늘의 기운이 담긴 것이다 주장하고, 누구는 땅에서 자라니 땅의 기운이 담긴 것이다 주장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겉은 아무 맛도 안 나니 버릴 물건이다 주장하고, 누군가는 내가 수박의 속을 들여다 보니 빨갛더라 주장하고, 누구는 호박에 줄 그은 것 뿌이다 주장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박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한다.

어떤 과객이 그 사람들의 주장을 살피면서 저마다의 주장이 다르니 수박은 없는 것이라고 주장을 한다.

직접 수박을 쪼개서 속에 있는 과육을 맛 보기는 커녕 그저 남들이 떠드는 소리만 가지고 꼬투리를 잡고 수박의 본질은 무시하는 것이다.

탁상공론도 이런 탁상공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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