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가 계절학이 아니라는 얘기는 이미 많이 했지만 또 하나의 증거를 대본다.
음력을 계산할 때 24기 중에 12중기를 기준으로 한다. 12중기에는 춘분, 하지, 추분, 동지가 들어 있다. 이것들은 천문학적으로 의미가 있다. 춘분과 추분에는 밤낮의 길이가 거의 같아진다. 하지에는 낮의 길이가 정점을 이루고, 동지에는 밤의 길이가 정점을 이룬다.
서양에서는 춘분점을 중요하게 보고, 동양에서는 동지를 중요하게 봤다. 이 두 가지 공통점은 모두 중기라는 것이다.
계절감각의 관점에서나 천문학적인 관점에서나 절기 보다는 중기가 계절을 훨씬 더 잘 표현해주는 기준점이 된다.
사주학을 조후론이나 계절의 관점에서 풀이를 해야 한다면 절기가 아닌 중기를 기준으로 사주를 세워야 한다는 결과를 낳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조후론이나 계절의 관점에서 사주를 푸는 사람들은 중기가 아닌 절기를 기준으로 세운 사주를 가지고 해석을 한다. 이 얼마나 모순된 행동인가?
물론 동지를 기준으로 세수를 봐야 하고 그 기준으로 사주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조차도 세수를 논할 때만 중기인 동지를 주장하지 그 외의 달에 대해서는 여전히 절기를 기준으로 사주를 세운다. 이 역시 모순이다.
결론적으로 계절감각의 척도가 되는 춘하추동 중기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 사주학은 계절학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