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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의 변효 계산법이 불합리함을 밝힘
芝枰 | 22.03.21 03:03 | 1,459 hit
고형은 중국의 고증역학파다. 고증역학은 상수나 의리로 역(易)을 해석하지 않고 역경의 괘효사에 담긴 글자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초기 주역의 괘효사가 가진 본래의 뜻을 살리자는 것이다.

국내에는 고증역학파가 드물지만 김상섭이라는 역학자가 고증역학을 하고 있다. 그는 고형의 열렬한 팬이면서, 고증역학에 바탕을 둔 고사역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김상섭의 여러 저서에 의하면 좌전과 국어에 실려 있는 주역점 22조를 고증역학파인 고형이 완전히 파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형과 김상섭에 의하면 주희의 점법은 변효를 구하는 방법이 나와 있지 않아 불완전한 것이며, 고형이 변효를 구하는 방법을 파악했다고 주장한다.

이 글의 주제는 과연 고형의 변효법이 합리적인가 하는 문제를 따져보는 것이다.

먼저 고형의 변효 계산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18변서법으로 괘를 세운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여섯효에 음양을 나타내는 숫자가 남게 되는데 그 숫자는 6, 7, 8, 9 가 되고 이를 영수라 한다. 6은 노음, 7은 소양, 8은 소음, 9는 노양이라 한다.

예를 들어 18변서법으로 얻은 수가 아래와 같다 하자. 초효부터 상효까지 6 7 7 7 8 7 라고 한다면 이는 화풍정이 된다. 영수를 모두 더 하면 42 가 된다. 이것을 천지의 수라고 하는 55에서 뺀다.(55-42) 그러면 나머지는 13 이 된다.

천지의 수에서 영수의 합을 뺀 나머지를 변효로 바꾸는 방법은 이렇다. 1효부터 6효는 그대로 변효가 되고, 6이 넘으면 상효에서부터 내려온다. 7은 상효변, 8은 5효변, 9는 4효변, 10은 3효변, 11은 2효변, 12는 1효변이 되는 것이다. 12보다 크면 1효부터 다시 올라간다. 이 방법에 의해서 예로 든 화풍정 괘는 2효가 변하는 효가 된다.

그런데 고형에 의하면 변효는 여기서 결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조건이 더 필요하다. 고형의 변효 계산법에 의해 나온 변효와 괘를 세울 때 나온 변효가 일치해야 비로소 변효가 되는 것이다. 예로 든 화풍정 괘는 이효가 소양이다. 소양은 변화할 수 없는 효다. 고형의 변효 계산법에 의해 2효가 변할 수 있는 효로 나왔지만 정작 그 자리에는 변하지 않는 효가 있어 결국 변효가 되지 못 한다.

고형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18변서법으로 나온 6과 9는 각각 노음과 노양인데 이는 변효가 아니라 변할 수 있는 효 즉 변할 가능성만 가진 상태다. 이 효들이 변하려면 고형이 주장하는 변효 구하는 법에 의해 나온 딱 하나의 효와 매치해야만 한다.

예를 2효가 6(노음)인 경우가 나왔다 치자. 이것은 아직 변효가 되기 전이다. 고형의 변효 계산 결과 2효가 나온다면 비로소 변효가 되고 본괘의 2효의 효사를 참고하여 점을 판단한다. 만역 고형의 변효 계산 결과 다른 효가 나온다면 2효는 노음이 나왔음에도 변효가 되지 못한다.

이것이 고형의 주장이다.

저것이 과연 올바른 방법인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수치적인 방법으로 저 주장의 합리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건 주장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의 문제다.

주역의 64괘는 음양 대신 6, 7, 8, 9의 조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한 괘당 64가지의 조합이 존재한다. 이 조합은 프로그램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실행해 보니 모든 괘에서 변효가 골고루 분포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천건과 중지곤과 지천태를 예로 들어 보자.

중천건

 변효가능 변효완성
 6효 20회 10회
 5효 15회 10회
 4효 15회 5회
 3효 6회 5회
 2효 6회 1회
 1효 2회 0회


중지곤
  변효가능 변효완성
 6효 2회 0회
 5효 6회 5회
 4효 6회 1회
 3효 15회 10회
 2효 15회 5회
 1효 20회 10회


지천태
  변효가능변효완성 
 6효 6회 1회
  5효  15회 5회
  4효  2회 1회
  3효  20회 9회
  2효  6회 1회
 1효 15회 5회

고형의 변효법에 의하면 중천건은 4, 5, 6효가 변효가 될 확률이 1, 2, 3효가 변효가 될 확률보다 월등하게 높다. 반면 중지곤은 1, 2, 3효가 변효가 될 확률이 4, 5, 6효가 변효가 될 확률보다 월등하게 높다.

중천건에서 4, 5, 6효가 변효가 될 확률은 78%이며, 1, 2, 3효가 변효가 될 확률 22% 밖에 되지 않는다. 중지곤에서는 1, 2, 3효가 변효가 될 확률이 78%이며, 4, 5, 6효가 변효가 될 확률은 22% 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괘들도 효의 위치만 다를 뿐 세 개의 효가 변효가능 확률이 78%, 세 개의 효가 변효가 될 확률이 22%가 되는 것은 동일하다.

실제 6이나 9가 나와 변효까지 가는 경우는 그 가능성이 더욱 줄어든다. 한 괘당 64번의 영수조합이 가능한데 그 중 절반은 변효가 될 수 없다.

중천건 1효의 경우 변효가능한 횟수가 2회인데 변효까지 성공하는 경우 1회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마저도 여섯효가 모두 9로 되어 있어 변효가 될 수 없다. 즉, 중천건 괘에서 1효가 변효가 될 확률은 0 이다.

이는 상당히 불합리한 결과다. 어떤 괘가 나오느냐와 어떤 효가 변효가 되느냐는 별개의 문제여야 한다. 하지만 고형의 변효법에서는 특정 효가 변효가 될 확률이 괘에 의존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는 마치 괘가 효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특정 효가 변효가 되기까지는 확률이 굉장히 희박하다. 변효를 구하는 일 자체가 무색하게 되는 것이다.

김상섭은 자신의 저서에서 주희의 점법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데 그 문제란 괘마다 하나의 변효를 특정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가 추종하는 고형의 변효법에도 문제는 여전하다. 고형의 변효법으로도 실제 변효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반드시 하나의 변효를 정하고자 했던 고형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다.

결론적으로 고형의 변효법은 불합리하고 신뢰하기 어려운 점법이다.

고형은 좌전과 국어에 실린 주역점 22조를 연구하여 변효 계산법을 찾아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굉장히 잘못된 발상이다. 18변서법에 의하면 괘 변화의 경우의 수는 4096 가지다. 주역점 22가지는 고작 0.54프로 밖에 되지 않는다. 좌전과 국어에 실린 주역점의 개수가 주역점의 모든 것을 대표한다고 말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고형의 변효법이 억지로 주역점 22조를 설명할 수는 있을지언정, 만약 주역점에 관한 고대의 유물 기록이 추가로 발견된다면 고형의 변효법이 들어맞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고형의 변효 계산에 의한 결과는 링크를 참고하면 된다.

참고 서적
춘추점서역, 김상섭
주역점의 이해, 김상섭 

芝枰 2022.03.21 21:58



芝枰 2022.03.22 08:39
영수조합을 살피다 보면 고형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증거가 또 나온다.

건(乾)괘에서 초효가 변하는 경우는 64가지 경우 중에 딱 한 번이다. 그런데 그 경우는 여섯효가 모두 9일 경우다. 그런데 이 경우 건괘는 초효의 효사로 점을 판단하지 않고, 용구의 효사로 점을 판단한다. 즉, 건괘 초효는 고형의 변효법에 의하면 결코 변효가 될 수 없다.

곤(坤)괘에서 상효가 변하는 경우는 64가지 경우 중에 딱 한 번이다. 그런데 그 경우는 여섯효가 모두 6일 경우다. 그런데 이 경우 곤괘는 상효의 효사로 점을 판단하지 않고, 용육의 효사로 점을 판단한다. 즉, 곤괘 상효는 고형의 변효법에 의하면 결코 변효가 될 수 없다.

고형의 변효 계산법은 건괘 초효와 곤괘 상효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김상섭은 주희의 변효 해석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고형의 변효법에 더 많은 문제가 있다. 고형의 변효법으로는 효마다 변효가 될 확률이 극단으로 다르며, 건곤의 경우는 각각 초효와 상효는 결코 변효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고형의 변효법은 불합리한 면들을 가지고 있다.

芝枰 2022.03.22 23:57
고형의 변효법이 불합리하다는 증거를 또 보자.

고형의 주역점법에서는 여섯효가 모두 6과 9로 이루어진 경우는 지괘의 괘사로 점을 판단한다. 그렇게 되는 경우 본괘에서는 변효가 일어나지 않는 효를 가지는 괘가 생기게 된다.

건(乾)괘 1효
곤(坤)괘 6효
소축(小畜)괘 4효
예(豫)괘 4효

저 괘들에서 저 효들은 고형의 변효법에 의하면 절대로 변효가 될 수 없다. 건괘를 예로, 들면 건괘에서 1효가 변효가 될 수 있는 경우는 모두 두 번이다.

7 7 7 7 7 7
9 9 9 9 9 9

첫 번째는 모두 7(소양)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변효가 없다. 두 번째는 모두 9(노양)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변효의 가능성은 있으나 이 경우는 여섯효가 모두 노양이기 때문에 용구를 쓴다.

소축괘를 예로 들면, 소축에서 4효가 변효가 될 수 있는 경우는 모두 여섯 번이다.

9 9 9 8 9 7
9 9 9 8 7 9
9 9 7 8 9 9
9 7 9 8 9 9
7 9 9 8 9 9
9 9 9 6 9 9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는 4효가 모두 8(소음)이라 변할 수 없는 효다. 여섯 번째는 효 전체가 9와 6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 경우는 여섯효가 모두 변했기 때문에 지괘로 점을 판단한다.

고형의 변효법에 의하면 건괘 1효, 곤괘 6효, 소축괘 4효, 예괘 4효는 본괘에서는 결코 변효가 될 수 없다.

芝枰 2022.03.23 00:03
고형의 변효법에는 모순이 있다.

고형의 변효법의 핵심은 18변서법에서 6 또는 9 가 나온 효들이 고형의 변효계산에 의해 나온 변효와 일치해야 비로소 변효가 된다. 그런데 이 규칙을 깨는 경우가 많다.

한 효가 6 또는 9일 경우
고형의 변효계산에 의해 나온 효와 일치할 때 그 효는 변효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괘사로 점을 판단한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굳이 변효계산을 안 해도 그 한 효가 변효가 된다고도 주장한다.

즉, 한 효가 6 또는 9일 경우는 고형의 변효계산에 의해 나온 효와 일치하면 변효가 되기도 하고, 일치하지 않아도 변효가 되기도 한다. 또한 변효를 무시하고 본괘 괘사로 점을 판단하기도 한다.

이건 고형의 변효법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가?

세 효가 6 또는 9일 경우
고형의 변효계산에 의해 나온 효와 일치하지 않을 때는 본괘의 괘사와 지괘의 괘사로 점을 판단한다고 한다. 이 또한 이상한 일이다. 고형에 의하면 자신의 변효계산에 의해 효가 6 또는 9로 되어 있어야 변효로 인정되는데 그걸 무시하고 18변서법으로 나온 6과 9에 의해서만 변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넷/다섯/여섯 효가 6 또는 9일 경우
고형의 변효계산에 의해 나온 효와 일치하지 않을 때는 지괘의 괘사로 점을 판단한다. 이 또한 변효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변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정리하자면, 18변서법으로 나온 6과 9는 변효의 가능성만 있지 사실은 변효가 아니다. 고형의 변효계산법에 의해 나온 효의 자리에 6과 9가 있어야 비로소 변효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이러한 고형의 변효법은 논리가 굉장히 부실하다.

芝枰 2022.03.23 00:09
고형의 변효계산으로 나온 변효의 위치에 6 또는 9가 없으면 변효가 없는 것으로 친다. 그때는 괘사로만 점을 판단한다.

그런데 모든 영수조합을 계산해 보면 고형의 변효법으로는 괘사로만 점을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50%가 넘는다. 즉, 18변서법의 6 또는 9가 무색해지는 결과다.

芝枰 2022.03.23 00:17
고형의 변효법의 문제점은 또 있다.

좌전과 국어에 실린 주역점 22조가 고형의 주장대로 그런 변효법을 바탕으로 점을 판단한 것이라면 2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무도 그 변효법에 대해 언급한 이가 없다는 것 자체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주역의 역전 10익을 지은이들 조차도 그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되는 일이다.

역경을 해석하기 위해 역전을 지은 이들은 주역의 초창기 세대들이다. 비록 역경이 지어진 시기와 수백년의 차이는 있다고는 하지만 주역점이 유행하던 시대의 사람들이었음을 생각한다면 아주 이상한 일이다. 분서갱유로 많은 주역책들도 불태워졌다손 치더라도 점치는 방법은 구전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구전조차도 전해지는 것은 없다.

이런 사실들로 미루어봤을 때 고형의 변효법은 고대인들이 친 점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단지 주역점 22가지를 해석하기 위한 고형의 독창적인 주장일 뿐이다. 하지만 그 주장은 불합리 할 뿐만 아니라 모순까지도 내포하고 있다.

芝枰 2022.03.23 10:39
희공 15년 산풍고 괘사 해석
춘추점서역(김상섭) 122 페이지에 산풍고 괘사에 대한 해석이 있다. 변효가 나오지 않았다고 보고 괘사로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33페이지에는 본괘의 괘사로 점을 판단하는 경우는 3가지가 있다고 적고 있다.

1. 여섯 효 모두 7 혹은 8일 경우
2. 한 효가 9 혹은 6 이면서 이 효가 변효가 아닐 경우
3. 두 효가 9 혹은 6 이면서 두 효 모두 변효가 아닐 경우

페이지 135에서 두 효가 9 혹은 6 이면서 두 효 모두 변효가 아닌 경우 6가지가 있다고 적고 있다. 이 경우들은 모두 3효가 변하는 효이지만 3효 자리에 7 (소양)이 있기 때문에 변효가 되지 않는 경우다.

(1효 ~ 6효)
6 9 7 8 8 7
6 7 7 8 8 9
8 7 7 6 8 9
8 9 7 6 8 7
8 7 7 8 6 9
8 9 7 8 6 7

그런데 실제 조합을 해보면 두 효가 9 혹은 6 이면서 변효가 되지 않는 경우는 총 10 가지다. 아래 네 가지가 빠졌다. 이 경우들은 세 번째까지는 2효가 변하는 효이지만 2효 자리에 7(소양)이 있기 때문에 변효가 되지 않는 경우다. 마지막의 경우는 6효가 변하는 효이지만 6효 자리에 7(소양)이 있기 때문에 변효가 되지 않는 경우다.

8 7 7 6 6 7
6 7 7 8 6 7
6 7 7 6 8 7
8 9 9 8 8 7

좌전에 실린 산풍고에 대한 기록이 동효가 전혀 나오지 않아 괘사로 점을 판단했는지, 아니면 변효가 나왔음에도 고형의 변효법 방식에 따라 괘사로 점을 판단했는지는 판단 불가다.

고형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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