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건 증명 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최초 한글 창제한 사람이 그렇게 의미를 부여했다고 그것이 절대적인 진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해 여러 의견을 내고 따져 볼 수는 있다.
훈민정음해례본에 의하면 순음(ㅁㅂㅍ)은 土 이고, 후음(ㅇㅎ)은 水 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내 생각은 다르다. 후음이 土이고 순음이 水라는 입장이다. 이에 관해 각자의 가능한 주장들을 살펴보자.
1. 후음 土, 순음 水
모든 소리는 목구멍이 근원이다. 목구멍에 문제가 발생하면 소리를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소리는 숨을 내쉴 때 안에서 바깥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즉 소리가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곳이 목구멍이라는 의미다. 이는 마치 지지의 토가 금목수화를 품고 있는 것과 같은 형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목구멍 소리 즉 후음은 토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가수들이 발성 연습을 할 때도 목의 상태가 굉장히 중요하다. 말을 너무 많이 하면 목이 쉰다고 하지 입술이 쉰다고 하지 않는다. 입술이 소리의 근원이 아니란 말이다.
우리가 말을 할 때는 침이 튄다. 침은 액체이기 때문에 수에 해당한다. 침은 입 밖으로 나온다고 하지 목구멍에서 침이 튀어 나온다고 하지 않는다.
2. 후음 水, 순음 土
순음이 토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그 반대로 볼 수도 있다. 입 바깥에서 보면 입을 통해 모든 소리가 만들어지니 입술이 토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입술이 없다고 소리를 못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입 바깥에서 바람이 입 안으로 들어갈 때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글자의 형태로 본다면 ㅁㅂㅍ는 네모지기 때문에 토의 형태가 맞고, ㅇㅎ은 동그랗기 때문에 이는 막힘없는 움직임 즉 수의 형태로 볼 수도 있다.
3. 해례본의 이상한 설명
그런데 해례본에 나온 소리와 계절과의 연동을 설명하는 부분이 매끄럽지 못 하다. 목구멍 소리는 계절로 겨울이고, 입술 소리는 늦여름이고 적고 있다. 오행을 사계절에 배속했을 때 늦여름이란 개념은 없다. 춘하추동과 계월이 있을 뿐이다.
이렇듯 각자의 입장에서 수 많은 이유를 대는 것이 가능하다. 이 문제는 결국 답은 없다. 어떻게 검증해야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일 뿐이다.
최초에 오행을 누가 창안해 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오행이 현재와 같이 목화토금수로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옛 문헌들에 나온 오행에 배속된 물상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순음과 후음의 한글 오행이 무엇이냐에 대한 결정을 최초 한글 창제자가 정했다고 해도 그것이 답인지는 알기 어렵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시행착오로 해결될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글쎄..
이름 지을 때 오행을 넣고 싶다면 소리오행이 아니라 의미를 따져 오행을 넣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소리를 오행에 배속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검증 가능한 것이 아니다.
후음이 土라고 생각하고 이름을 지었을 때와 水라고 생각하고 이름을 지었을 때 과연 삶이 큰 변화가 있을까? 이름이란 것은 운명을 개척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이다. 일종의 진인사대천명 같은 것이다. 이름자를 바꿨다고 마치 사주를 바꾼 것 마냥 드라마틱한 변화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사주와 같은 레벨의 것이 아니다.
내가 이름을 지어줄 때도 필요한 오행을 정할 때는 주로 한자의 뜻에 들어 있는 오행을 주로 쓰지 한글의 소리오행을 주로 하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소리오행이 아니라 이름자의 의미가 주는 오행이다. 한글 이름자로도 소리오행보다는 이름이 내포하는 오행이 더 중요하다. 만약 물이 필요해서 이름을 샘물이라고 지었다면 그것은 물의 의미이지, '물'이 미음으로 시작한다고 토라고 볼 수는 없다.
소리보다는 의미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