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지구에 존재하는 우리들처럼 외계 어디엔가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광활한 우주가 너무 낭비되기 때문이란 거다.
말같지도 않은 소리다. 공간의 낭비이기 때문에 뭔가가 존재해야 한다는 건 논리가 아니다. 공간이 낭비되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가 있나? 낭비 되면 좀 어떤가? 우리의 관점에서는 낭비이지만 우주의 관점에선 낭비가 아닐 수도 있잖은가. 여백의 미일 수도 있잖은가.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진 원자를 들여다 보면 그 안에는 광대한 공간이 존재한다. 그 공간이 비어있다는 건 낭비이기 때문에 그 공간에는 우리가 아직 관측하지 못 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말과 뭐가 다른가?
우리가 쓰는 한글의 조합은 굉장히 많다. utf-8 코드테이블에 등록된 한글의 글자 조합이 11,172개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의 글자 조합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사용되지 않는 것들은 낭비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의미를 반드시 지녀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뛇훪띗휿" 이것이 언어로서의 어떤 기능을 가져야 하는 걸까? 낭비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지도 않은 글자조합들에 어거지로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걸까?
실수의 개수는 무한하다. 우리가 셀 수 있는 것보다도 더 많다. 수학이나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상수는 그리 많지 않다. 수 많은 무리수와 초월수가 존재하지만 그것들을 다 사용하지 않는다면 낭비이기 때문에 그것들이 어떤 의미를 반드시 가져야 할까?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 안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만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것은 낭비도 아니고 모순도 아니고 문제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있는 것 뿐이다.
이건 토론의 문제가 아니다. 관측의 문제다. 제 아무리 무슨 이유를 드리댄다해도 외계 지적생명체를 볼 수 없다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난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우리 태양계에서 금성과 화성의 위치가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금성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었다면 적어도 지적 생명체는 아니지만 동식물이 살고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랬다면 우리의 상상력은 좀 더 풍부해졌을 것이고 우주로 뻗어 나아가려는 노력은 굉장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