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 관해 몇가지 특성을 먼저 밝혀봅니다. 사주는 개인에 관한 것입
니다. 한 개체(인간)에 관한 역학적 해석을 위한 도구입니다. 사람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지요. 사주 또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두개
의 사주를 놓고 보았을 때 서로에 대한 영향을 논할 수가 있습니다. 마
치 파동처럼 상승효과 또는 상쇄효과를 논할 수가 있습니다. 한편 사주
는 개인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좀더 정확하게 정의를 내린다면 개인이
아니라 개인과 가장 가까운 환경에 관한 것이 바로 사주입니다. 사주의
구성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지요. 사주는 다성체입니다. 다수의 개체의
모임이 사주가 된 것입니다. 사주 그리고 팔자 모두 다수를 뜻하지요.
사실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다수라는 개념이 사주의 기본단위가 되는 것
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다수라는 것은 아주 거대한 거시적 개념이 아니
라 '나'라는 주체가 중심이 되는 아주 작은 단위입니다.

사주의 이런 특성으로 한 사람의 재난에 관해서는 무리없이 설명이 가능
합니다. 그 재난이 오직 한 사람에게만 일어났건 동시에 여러명에게 일
어났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든 사주는 나에 관한 해석을 위
주로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어느 특정인 사주 하나로 대형사고 자체
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왜 나와 함께 많은 인명들이 동시에 재난을
당한 것인가는 사주학에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사주학의 문제
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부분적으로야 설명이 가능하지만 그것은 근
본적으로 사주학의 해석 범위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대형사고 같은 거시적 스케일을 다루는 학문은 따로 있지요. 예를 들면
주역이라든지 천문이라든지 등등.. 이런 거시적 스케일에서는 어느 특정
인 누구가 어떻게 되었다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건 자체가 중요한 것
이지요. 그런 학문을 통해서는 그런 사건들의 예측이 가능합니다. 대형
사고가 도시에서 일어나는 것을 예측한다면 동시에 많은 인명들이 피해
를 볼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주는 역(易)의 한 형식이지요. 역은 절대불변성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역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간의 능력이 모든 것을 완벽
하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지는 않습니다. 역에 참 희한한 것이 하나
있는데 어떤 결과가 예측이 되면 그 과정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생깁
니다. 예를 들면, 꽃병 하나가 있는데 그것의 운수를 점쳤다 합시다. 그
것이 모년 모월 모일 모시에 운수를 다함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운수를 다하는지는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운수를 막을 수
가 없는지도 모르지요.

변화가 많은 세상입니다. 역에 많은 것이 숨어 있기도 하고 드러나 있기
도 하지만 인간이 모든 것을 인지하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