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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스페셜 - 팔자를 찾아서 160201
글쓴이 : 芝枰 날짜 : 2016-02-07 (일) 16:49 조회 : 2777

이 맘때가 되면 의례 나오는 방송 프로그램 유형이다. 항상 결론은 사람의 인생은 팔자 보다는 인간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나는 이 따위 고정된 결론에 항상 반감을 가지고 있다. 혹성탈출이라는 영화에 유인원이 자신들의 종족한테 교회에서 설교하는 장면이 나온다. 신은 자신의 형상을 따서 우리들을 만들었다고. 닭이 세상을 지배하고 병아리들한테 가르침을 준다해도 그런 식으로 설교할 것은 당연지사다.

시간이나 공간이 homogeneous 하다고 난 믿지 않는다. 물리학자들은 거시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더 더욱 작은 구조의 세계를 탐구한다. 우리가 원자 소립자 그 보다 더 작은 세계를 이해한다고 거시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거시 세계를 설명하기에는 미시 세계는 너무 거리가 멀다. 물리학자들이 소립자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그것으로부터 이러한 세계가 형성되는 것을 완벽하게 시뮬레이션 해낼 수 있을까? 언젠가는.. 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언젠가가 되기 전까지 인류가 살아남을 지가 더 의심스럽다. 시간이나 공간에는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어떤 마블링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더욱 편안함을 준다.

사주가 같으면 삶도 같은가? 같다의 정의는 무엇인가?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을 동시에 차지해야 완전히 같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사주를 통해 이 사람의 모습을 사진 찍은 그대로 그려낼 수 없고, 목소리의 주파수를 정확하게 재현할 수 없고, 몇년몇월며칠몇시몇분몇초에 그 사람이 밥을 먹기 시작할 것인지 알 수 없고, 몇년몇월며칠몇시몇분몇초에 그 사람이 지구상 또는 지구밖에 어느 곳에 있는지 정확한 좌표를 알아낼 수 없다. 사주에선 그런 걸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시도해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상상은 많이 해본다. 사주도 일종의 좌표개념이니 말이다.) 그런데 사주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냐 그 딴식으로 비꼬는 걸 좋아한다. 지도 모르면서.

사주란 것을 굳이 정의하자면 인생의 토폴로지와 비슷하다. 인간의 삶을 사주학적으로 정의하고 거기엔 어떠한 특징들이 있고 어떤 작용들이 존재하고 반응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패턴에 대한 연구이다. 인간의 삶의 패턴. 그것은 다분히 수학적이다. 수학의 연구대상은 패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수학적 논리구조와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 수학자들이 역(易) 이나 사주를 연구한다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주의 개개의 글자들은 내 머리속에선 당구공으로 그려진다. 이 지구상에는 수 많은 당구공들이 이합집산을 하며 움직이고 있다. 그 많은 당구공들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결국 계산의 문제로 귀속된다. 그런데 그런 접근법은 현재로서는 너무 어렵다. 인간의 모든 생년월일시와 그 사람의 삶의 이력이 저장된 디비가 있다면 연구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물리 실험은 수백 수천 수천억번을 할 수 있지만 인간의 삶은 그런 실험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연구가 더욱 어려운 것이다.

사주는 본다는 것은 겸허함을 배우라는 것이다. 인간에겐 한계가 있고 그 벽을 결코 넘어설 수 없다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라고. 달걀로 바위를 치면 당장은 안깨지겠지만 언젠가는 깨질 것 아닌가. 이 말뜻은 사주를 부정할 수도 있고 긍정할 수 있는데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이다. 사주를 안믿고 자신을 믿는 사람은 운명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사주를 믿는 사람은 사주가 지금은 완벽한 학문이 아니지만 언젠간 그 틀을 탄탄히 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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