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지성의 최고 성취는 아마도 수학과 과학 분야일 것이다. 특히 수학의 체계의 발달은 과학의 발달을 낳았다. 과학의 발달이 수학을 이끄는 경우도 물론 있다.
수학에서 새로운 정리/새로운 증명/새로운 수체계/새로운 계산법 또는 새로운 논리를 발견했다고 해서 그걸 두고 비법/비기/비결/신결 이런 수식어를 달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것을 논증하고 세상에 발표하고 검증 받으려 하고 인정 받으려 한다.
그러나 사주나 주역 술사들의 세계에서는 그 반대다. 어떻게 해서든 숨기려 하고 남들이 모르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양 우쭐해 하고 도사흉내 내기에 급급하다. 논증하고 드러내놓고 검증 받으려 하지 않는다.
너무 대비되지 않는가?
물론 두 경우를 동등한 선상에 올려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수학이나 과학계는 훨씬 그 사회가 크다. 새로운 발견이 인정 받으면 그에 따른 보상이 뒤따르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하지만 사주나 주역은 굉장한 이론을 발견한다고 해서 누가 상을 주거나 물질적 보상을 해주진 않는다.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삶을 정리하는 관점에서 자신이 얻고 발견했던 것을 후학들한테 전수하는 마당에 있어서도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은 주장을 자신 있게 드러내놓고 검증받으려 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거기에 딴지를 걸면 발끈할 뿐이다. 오래된 믿음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다.
사주나 주역 공부하는 사람들은 수학이나 과학 공부를 먼저 해야 한다. 한 때 서양에서도 사칙연산 계산법이 비법인 적이 있었다. 나누기나 곱셈을 배우려면 각각 다른 대학을 가야만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려운 고등수학도 누구나 대학 가고 대학원 가면 배울 수 있다.
비법/비기/비결/신결 이런 따위의 말장난 좀 하지 말자. 표현하는 언어가 그 사람의 사고의 형태를 만들어 낸다. 저런 표현을 쓰다보면 헤리포터 사상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