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작용이란 오행의 생극을 의미한다. 흔히 상생 또는 상극이라고 표현하는데 상생이라고 하면 마치 서로 생해주거나 상극이라고 하면 서로 극하는 것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상(相)은 두 개체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즉, 상생이란 두 개체간에 일어나는 생의 작용이고, 상극이란 두 개체간에 일어나는 극의 작용이다. 생이나 극은 한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생과 극은 현실을 표현한다. 그런데 그 방향까지도 있는 그대로 표현이 되는가? 목극토에서 목은 토를 극한다. 토가 목을 극하진 않는다. 극이라는 방향이 토에서 목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한 방향으로 그 표상이 나타날까? 그렇지 않다. 현실에서는 작용의 방향성이 그대로 반영되진 않는다.
예를 들어 비겁이 왕한 어린 아이 사주가 있다 치자. 자연스럽게 재성이 약한 사주가 된다. 재성은 부성(父星)이다. 만약 아이와 부친 간에 갈등이 일어난다면 아이가 어른인 아버지를 때리고 공격할 수 있는가?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아이가 아버지한테 혼이 나든가 매를 맞든가 한다. 그렇다면 비겁이 재성을 이긴다는 것은 거짓이라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극이라는 작용은 방향성이 있지만 그것이 표상하는 현실은 집합적이기 때문에 양방향성을 내포한다고 봐야 한다. 극은 한 쪽의 일방적인 공격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대립의 의미를 가진다. 오행의 작용은 물리적 현실을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이 경우 아이가 어른을 이겨먹는다기 보다는 대립의 관계로 해석을 해야 함이 옳은 것이다. 물리적 신체는 당연히 어른이 크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면 어린 아이가 피해를 본다.
오행에서 남녀의 관계는 극관계로 표현된다. 무관 사주에 식상이 왕한 사주가 있다 치자. 그러면 기본적으로 여자가 내 주장이 강하게 되고 남자는 주눅이 든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남자가 오히려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때도 물리적 신체는 영향을 준다. 신체적으로 여자가 왜소하고 남자가 크다면 남녀 갈등이 발생할 때 오히려 여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한편 물리적인 외적인 것을 본다면 여자가 남자보다 우세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체의 크기가 영향을 주지 않는 능력발휘면에서 그렇다. 둘이 사회활동을 한다면 여자가 남자보다 더 나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작용의 해석은 양방향을 다 고려하여 현실성 있는 해석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