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과학이란 것이 마치 만능인양 모든 것의 잣대가 되어 버렸다.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한계도 모르는 사람들 조차 "과학적"이란 표현을 남발한다. 과학의 첨단은 온갖 모호함으로 점철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현대 과학자들은 양자역학의 성공적인 발견으로 인해 미시세계의 원자들의 특성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스케일의 수준이다. 미시세계의 조각으로 맞추어진 거대세계를 미시세계의 언어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것은 또 다른 스케일에 따른 법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 몸의 구성성분은 원소주기율표에 나온 원자들로 만들어져 있다.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어떠한 정신활동을 하는 것을 원소주기율표에 나온 원자들의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과학적인 미시의 세계가 거대세계를 만들어내면서 미신도 함께 만들어낸 것인가?
과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편견과 배타적인 사고에 빠져들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더욱 넓게 더욱 깊게 이해하고자 배우는 것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도록 길러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과학을 공부한 이들은 더욱 고집스러움에 빠져들고 가능성과 창의성을 터부시키는 이상한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 수학의 방정식이나 물리문제를 풀 때는 당연히 답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애를 쓰며 문제를 푼다. 하지만 그들이 학과과정에서 배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이상하리 만큼 엄청난 집념으로 그것을 배척하려고 애쓴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사고이다.
과학이란 것은 하나의 언어다. 역(易) 또한 하나의 언어다. 과학이라는 언어가 그 나름의 많은 어휘와 문법을 가지고 있다 하여, 다른 언어를 배척하려는 것은 굉장히 무지한 짓이다. 표현하는 방식이라든지 표현하는 대상이 엄연히 다르다는 것부터 인식을 했으면 한다. 또한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노력 만큼 역(易)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다음에 역(易)이 미신인지 아닌지에 대해 생각을 "시작" 해보기 바란다.
나는 "역이 과학적이냐 아니냐" 라는 표현을 굉장히 싫어한다. 잘못된 무지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역은 하나의 언어라고 표현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인데 왜 다른 언어의 잣대에 대비해 표현을 하는가. 이것 자체가 오류이다.
역(易)을 이해하고자 평생의 시간을 받친 사람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단수히 생계를 위한 기술로써가 아닌 학(學)의 완성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그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거기엔 그 만한 의미와 깊이가 있고 굉장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