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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4623. 역과 사주학의 관련성에 대하여
날짜 : 2005-02-07 (월) 16:41 조회 : 1150

안녕하십니까?

좋은 질문 해주셨습니다.

1.

우선의 주역의 전신이 무엇이었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주역은 후대인들
의 표현이고 그 당시에는 서법(筮法) 또는 서술(筮術) 등으로 불리워졌지
요. 글자에서 말해주는 바와 같이 이것은 점치는 수단이었습니다. 이 방식
이전에는 거북점이라 하여 거북등껍질을 사용하여 등에 구멍을 뚫고 불에
구워 갈라지는 틈의 형상을 보아 길조흉조를 가렸습니다. 거북이 흔하게
잡히는 동물이 아니라 대신 소의 견갑으도 점을 많이 쳤다고 합니다. 이것
이 서술로 점차 변모하게 됐는데 인간생활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절차
였습니다. 수렵에서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가축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점치는데 가축을 무작정 잡을 수는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흔하디 흔한
시초(풀 종류)를 이용한 점법이 개발되었던 것입니다. 인간의 의식이 발달
을 하면서 점법이 복잡한 계산을 요하게 되었지요. 여기서 보이듯 주역이
란 근본적으로 점치는 수단이었습니다.

삼역이라 하여 연산역, 귀장역, 주역 세가지가 있다고 하지만 현재는 연산
역과 귀장역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주역을 크게 나누면 경과 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傳)은 해설서라는 말입니다. 즉, 역경을 해설한 것이
역전이라 합니다. 역전의 종류는 무척 많습니다. 사람마다 역경을 해석하
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한이름 한다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역전이 있지요.
그러면 경(經)은 무엇인가. 전의 해석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요. 역경의 말
(辭)을 잘 살펴보면 그것은 어떤 논리의 표현이 아니라 점치는 말을 모아
놓은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을 경으로 보는 것이지요. 최초
의 작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흔히 사서오경의 한 덕목으로 가르치는 역경은 의리역 중심입니다. 이것은
공자가 유학(儒學)의 뿌리를 닦으면서 역에 관심을 두었고 그들의 사상을
역에 담아 전파한 것이 유가역입니다. 유가역이 전통이고 역의 근본이라함
은 역의 본질을 호도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한다면
유가의 정신을 퍼뜨리기에 딱 좋은 수단으로서 역을 이용한 셈이지요. 유
가에서는 인간을 말하지만 역에서는 하늘과 땅을 말합니다. 인륜을 천륜으
로 해석할 수 있는 도구가 생기는 것인데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역 관련 서적을 보면 유가의 정신이 많이 깃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역의 본의가 희석된 것은 아닙니다. 주자가 지은 주역본의를 보더라고 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주역과 음양, 오행, 간지와의 관계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 근거를 대개 십익에 두고 하는 말이지요. 십익
에는 오행과 간지를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한편으로 음양으로써 역경
을 논해야한다고도 나오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음양과 주역이 무슨 관
계가 있느냐까지도 주장을 합니다. 이러한 주장들은 사고의 결핍에서 온다
고 볼 수 있고, 오직 말(語)에만 집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말에만
집착을 한다면 역경에 씌여진 단어 이외의 말로는 역경을 해석해서는 안된
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역전은 커
녕 십익조차도 성립이 불가능합니다. 중정응비, 호변착종도전배합괘는 아
무런 의미를 가실 수조차 없습니다. 심지어는 주역이라는 것 자체는 역사
속에서나 찾을 수 있는 아득한 흔적이어야 합니다.

유가, 도가, 도서학파, 음양가들 많은 이들이 주역을 본으로 삼아 자신들
의 정신을 투입하게 됩니다. 인륜의 덕목으로써 세상 변화의 이치를 살피
게 되고, 어둠과 밝음으로써 주역을 해석하게 되고, 음양과 오행을 융합하
여 간지에 그 개념을 부여하게 되고, 괘상과 간지와의 관계를 전개하게 되
고, 수(數)와 괘상과의 관계를 해석하게 됨으로써 등등 역은 그 사상적이
나 구조적인 면에서 깊이와 넓이를 더해왔습니다. 역은 단지 점치는 수단
에서 시작을 했지만 현재까지 본의를 잃고 있지 않으며 그 쓰임과 가치면
에서 성장을 거듭해온 것입니다.

역은 단지 이제 주역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가역만을 말하는 것 또
한 아닙니다. 역은 많은 것을 포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포용할 것이기 때문
에 역을 바라볼 때는 어느 한편만을 바라봐서는 안됩니다. 그래야 하나라
도 덜 잃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이 이러하더라도 사람이 갖는 믿음은 그 사람의 선택권이지요. 하지만
그 선택이 다른 것에 대한 막연한 부정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역
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과거에 고착되어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 없어야 하
겠습니다. 역이 무엇입니까. 역(易)은 변화입니다. 변하지 않으면 그것은
역이라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참고로 합리주의를 표방하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역사를 살펴보십시오. 예
전에는 단순한 사칙연산 조차 통일되지 않아 저 마다 다른 대학에서 가르
쳤다고 합니다. 대수방정식과 기하학간의 관련성이 없었던 적도 있었고
근세까지도 정수론 학자들은 자연수 정수외의 수는 인정하려 들지도 않았
지요. 지금은 수학에서 연구하는 분야가 과거에는 철학의 영역으로 여겨진
것들도 많습니다. 서로 무관해 보였던 것이 그 깊은 속을 파보게 되니 관
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학이라는 한뭉치로 불리워지게 된 것이지
요. 지금은 수학이라는 분야가 상당히 추상화 되었고 각 분야간의 계층연
구까지 되고 있습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2.

물으신 질문에 좀 더 직관적인 의견을 하나 더 드리지요. 일단 역이라는
단어는 작은 의미에서는 주나라 역을 말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을 뜻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주역의 사상을 해석하는 도구로써 음양의 개념이 쓰
이고, 괘상의 실용적 해석(상수역)으로써 오행이 쓰입니다. 사주의 해석
도구로써 음양오행이 쓰입니다. 괘상의 수(數)를 사용하여 사주간지를
주역괘상으로 변환시켜 해석하는 분야도 있습니다. 간지와 괘상간에 수
(數)가 아교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이 정도만 보더라도 주역과 사주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지요. 토정비결의 경우는 그 뿌리가 주역에 있고
괘상의 가지수를 줄여 놓은 것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음양오행의 사상이 각 분야를 연결지어 주고 다시 역
이라는 개념으로 수렴하여 포용시킨다고 봅니다. 음양오행이 풀(glue)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역의 한 부분만을 쥐고 고집스럽게 가타부타를 주장하는것은 무의미합니다.
얻는 것 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지요. 올바른 이해를 위해 편식하지 마시
고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섭취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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