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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598, 한마디..
날짜 : 1999-01-17 (일) 17:34 조회 : 1587

윤태현씨는 팔자라는 소설책을 써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한 때 베스트
셀러 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정치인들 사주를 실었다해서 판금조치까지
당한 바 있지요. 지금은 풀린지 오래지만. 개인적으로 토정선생에 대해
관심이 많아 보이더군요.

토정선생 작품으로 알려진 월령도라는 책이 있기는 한데 전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렵다고 해서 제대로 푼다는 사람도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책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단행본 한 권이지요. 역술계에
페르마의 정리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지요. 역술인들 사이에는 월령도에
관한 웃기는 해프닝도 많습니다. 들은 얘긴데, 어떤 젊은 사람이 그걸
풀었다 해서 어떤 재벌 점을 봐줬는데 기가 막히게 맞추더라나 그래서
벤츠타고 대우 받고 다니더랍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현재
침술업을 하는 할아버지 한 분을 아는데 젊어서는 역술을 했었습니다.
그 분도 월령도의 소문을 듣고 그것을 풀어보고자 많은 시간을 허비했
었답니다. 결국은 못하고서 침술로 업을 바꿨지요. 들은 바로는 월령도
한다고 거짓 소문내는 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실제 잘 맞추는 것이 아
니라, 일단 손님이 오면 그 날은 바쁘다는 핑계로 돌려보내고 다른 날
약속을 한답니다. 그러면 기가 막히게 맞춘답니다. 알고 본 즉, 꼬봉을
시켜서 그 손님 뒤를 쫓게 하여 뒷조사를 시켜 다 아는 것처럼 행세를
하는 것이지요. 여튼, 대단 하다는 소문 하나 때문에 별의 별일이 다
있습니다.

이 분은 옛날 분이라 지금의 사주 같은 건 별로 신경을 안썼습니다. 수
십년전만 해도 사주학 이라는 것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요. 그땐
잡술들이 상당히 성행했었습니다. 그런데 맞추기는 기가 막혔지요. 지금
사주보는 사람들은 장난에 불과합니다. 이 분도 사람들 운세를 봐줄 때
당사주를 보고 관상과 수상을 같이 보는데 백발백중 하는 분이었습니다.
당사주가 엉터리는 아닙니다. 다만 그걸 응용하는 법을 잘 모를 뿐이지
요. 당사주 자체는 어렵지만, 이 분처럼 여러가지 종합적인 판단의 한
수단으로 본다면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응용의 묘미지요.

역학으로서는 학문성이 중요하지만, 역술의 입장에서는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지요. 당사주가 무시받는 이유는 단순히 학문성 때문인데 시각을
약간 달리해 본다면 그런대로 무시못할 것입니다. 예전에 pc통신에서
어떤 사람이 당사주 하고 사주학 하고 무슨 차이가 있느냐 반론을 제기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신의 사주를 근거로 제시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
들이 그 사람의 사주를 풀어주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그 사람의 입장
에서 내린 결론은 당사주가 맞추는 적중률과 사주학으로 맞추는 적중률
이 대동소이 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뭐하러 머리 싸매고 사주학을
공부하고 사주학이 더 나은 것도 없으면서 낫냐고 내세우는냐는 것이었
습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학문의 객관적 입장을 떠나 결과적 주관
이 판단의 기준이기 때문에 틀린 결론은 아니지요. 대부분 사주학을 처
음 접하거나 어느 정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당사주 별거 아니다 라는 식
으로 말은 하지만, 정작 당사주의 적중률을 윗도는 실력을 갖춘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은 자각을 못하
하고 단순히 막연한 학문성만을 자랑삼아 말하는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주역을 평생 공부하고 연구한 사람은 주역이 역의 어머니 라고 말하고
기문하는 이들은 기문이 제왕학이라 말하고, 풍수를 하는 이들은 풍수
가 천하최고의 학문이라 자기 주장을 합니다. 관상을 하는 이들은 관상
은 눈으로 직접 느끼는 것이라 가장 신뢰성 있다고 말하고, 수상을 하
는 이들도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토정에 호감을 느끼고 풀지도 못하는
월령도의 위력은 대단하다고 극찬을 하는 자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주가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아니냐 따라서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뭣도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혼란스러울 뿐이지요.

무엇이 진실일까요? 모두가 진실이고 모두가 진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역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하나 일 수도 있고, 하나가 아닐 수도 있습니
다. 모두 나름대로의 독특한 봉우리 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인연
이 있는 학문이 있습니다. 누구는 주역이 마음에 들고 자미두수가 마음
에 들고 누구는 상학이 마음에 들고 누구는 풍수지리학이 마음에 들고
그런 제 각각의 마음을 비교해서 획일화하여 왕중왕을 뽑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역의 근본적인 뜻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역이란 이 모든 것이
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것 하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이들중 무엇을
선택하든 여러분이 뜻을 얻는 것에 대해서는 최고라 말할 수 있습니다.
산의 끝단에 오른 자의 마음이 아래서 쳐다보는 자의 마음과 같은 수는
없겠지요. 최고에 올라 직접 뜻을 얻어 보십시오.

요즘에는 고증역학이라는 분야가 있는데 말 그대로 역사적 고찰을 하여
시대에 따른 사실적 역의 이해를 도모하는 분야입니다. 복희씨니 황제
니 하는 인물은 설화적이면서 가상적이고, 음양가들이 자신들의 학술에
위엄을 불어넣고자 일부러 접목시킨 것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서,
송대에 유행한 역이 도서역학인데 말 그대로 기호와 그림으로 일색하여
역해석을 합니다. 소강절이란 유명한 사람이 선두에 있었습니다. 그 사
람은 자신의 역이론에 권위를 부여코자 자신이 만들어 낸 팔괘차서도에
문왕팔괘차서도 라는 이름을 고의적으로 붙이기도 했지요. 역학을 공부
할 때는 음양가의 장난과 사실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괜히
역학을 오도할 소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요전에는 티비에서 점술인들 적중률 실험하는데 하락이수를 하는 사람
이 잘 맞추니까, 서점가에 전에 없던 하락이수 책이 나오고 그런대로
팔리기는 하는가보더군요. 예전에 이상구라는 사람이 감자 좋다니까 그
다음날로 감자가 동이나고, 고구마 좋다니까 고구마 동나는 식이지요.
역학은 유행이 아닙니다. 유행이었다면 이렇듯 다변하고 장구한 역사도
없었겠지요. 이리저리 흔들리지 마시고, 자신의 뜻에 맞는 것을 찾아서
공부를 하는 것이 역에서 무엇인가 의미를 얻는 지름길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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