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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1942. 운영자님께
날짜 : 2001-05-07 (월) 11:29 조회 : 1478

내 생업이 바빠서 오랜만에 들렀더니 정재호님의 안부 물음이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기억을 다 해주시니.

제 생각을 말씀 드립니다.
솔직히 역을 공부하고 경우에 따라 이 세계에서 호구를 면하는 사람들이 깊이 있게 반성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소위 학문하는 열린 자세가 부족하고 역이라는 언어나 암호체계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역 연구방법론의 과학화가 절실하고 이를 위해 소위 철학하는 법, 과학하는 법을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현상에 대해 또는 본질에 대해 원리를 파악하는 것과 관련된 인식론의 기초에 대한 공부가 안된 채 그냥 음양오행 관련 언어만 가지고 인간 만사를 재단하려 하면서 거기서 자기만의 이상한 설명 틀을 제시하고 신비한 비법을 터득한 도사인양 행세하는 역술 세계인이 즐비합니다.

사주해석법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논리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한마디로 외삽법의 오류나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이론구성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주먹구구식입니다.
이론상의 논리적 일관성(내적 정합성)을 외적적합성(실증적 타당성)으로 합리화하려는 것을 수시로 보게 되는 데 가슴아프기 그지없습니다. 이것을 지적해야 받아들여지기에는 너무 닫혀버린 인식체계와 관념덩어리가 그렇게 밖에는 다르게 사고하게끔 안된 언어체계. 이러니 인간사에 컨설팅 수준에서 머물지 우리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인간의 문화와 문명의 발전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지식으로 그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것이고 현재 학계의 인정을 못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래서는 앞으로도 계속 학문으로, 과학적 구성원칙을 반영하는 현상설명 이론체계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러면 어때, 귀신같이 맞는데, 그리고 밥벌이도 되고... 이런 생각이라면.... 서글픈 현실입니다.

각설하고,
누구든지 간에 어떤 현상의 원리를 터득했다면 그것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을 제시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함으로써 검증을 받아서 그 타당성을 인정받으면 됩니다. 그런 후 이것을 가지고 다양한 경우나 미래를 예측하고 해서 재차 검증을 받아 역시 타당하다면 우리는 잠정적으로 이 이론체계의 지식 기능에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은 아닙니다. 현상은 다양하고 해당 이론은 틀릴 수 있습니다. 틀린 경우가 있다고 즉시 해당 이론을 통채로 부정하는 것도 인식론과 통계학적 검증법의 기본 공부가 안된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입니다.

현상설명의 이론체계는 천태만상일 수 있습니다. 그것을 탓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그 개념적 구성에 오류가 없어야 하고 논리적 일관성을 결여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주와 관련해서 얘기한다면 예를 들어 12 지지만 가지고 인생사를 설명하는 당사주류의 이론적 설명체계도 있습니다. 그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론구성의 논리적 타당성이 경여되어 있다면 부정해야 하겠지만.

정재호님이 문제제기하신 설명체계가 기존의 것을 부정한다고 열내실 것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그것이 제대로된 설명체계인지, 논리적 결함은 없는지를 가지고 부정할 것인지 비판할 것이지 판단하시면 될 듯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외적 적합성과 관련하여, 이런 설명 체계가 현실적 부합성이 있는가를 임상실험 결과로 판단하면 될 것입니다. 설명력이 떨어지거나 설명의 폭이 제한적이다거나 그리고 미래예측력에 문제가 있다면 그 수준에서 평가하면 될 듯합니다. 어떤 주장도 설명체계도(그것이 자평이든, 뭐든) 여전히 가설에 불과합니다. 이론구성상 결함이 없고 현실설명력이 높다면 우리는 잠정적으로 정설로 받아들일 수 있을 뿐입니다.

문제는 역을 하는 세계에서 세워놓은 이론구성과 그 설명체계와 관련하여 객관적 판별성(논리적 정합성)이 애매하고 녹비에 가로 왈자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론구성이 안되고 해석학적 차원으로 넘어가게 되며 해석법이 따라야 할 기본 원칙과 원리에 둔한 역술인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첫째로, 멋대로의 해석 그 자체를 이론구성으로 착각하고 이론적 문제점을 검증받는 것은 따로 떼어 놓고 곧바로 실제 적합 여부 상황을 거론하며 맞는쪽으로 해석을 끌고가거나, 둘째로 외삽법적 방식에 의존한 채 약간 설명내용과 해석방식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이것 봐라 맞지 않는냐 하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입니다. 이러니 고수니 하수니 해서 학문이 아닌 기예의 세계에 머물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역학인들이 앞으로 함께 고민하면서 극복해야할 과제인 것같습니다.

긴 얘기를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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