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0대 때 일이다. 스포츠서울 신문에 일일운세가 연재 되고 있었는데 매화역수로 본다는 거다. 그 일일운세는 띠로 보는 것이 아니고 약간의 숫자 계산으로 보는 것이었다. 한 번은 아주 희한하게 들어맞는 경우가 있었다. 어떤 점사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어째든 그 때 당시 매화역수 책에 심취해 있어서 호기심이 갔음은 당연했다.
전화를 했더니 사무실이 종로 3가 뒷편에 있었다. 낙원상가였던가 그랬던거 같다. 찾아가서 역술원장과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배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더니 책을 한 권 보여주는데 온통 신살에 관한 책이었다. 돈 내고 배우라는 얘기다. 이름만 매화역수라고 소문을 내고 사실은 신살풀이였던 것이다. 그래서 굉장히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매화역수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시중에도 책이 내가 알기론 성문재라는 사람이 낸 책 딱 한 권 밖에 없었다. 지금은 아무나 마구 번역해서 나온 매화역수 책이 널렸지만. 성문재 라는 사람을 만나서 매화역수를 배워보고자 수소문을 해서 알아낸 것은 이미 고인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사무실을 나와서 종로 5가쪽으로 걸어가는데 어떤 역술원이 보이길래 얘기 한 번 나눠보고자 들어갔다. 그 역술원장은 사주를 굉장히 단순하게 봤다.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그 역술원장이 갑자기 성질을 내면서 너 같은 놈들 많이 봤다면서 몰래 와서 비법 캐가려고 그러는거 아니냐면서 노발대발 하는 거다. 아니라고 그저 학생이라고 그랬더니 어쩌구 저쩌구 계속 화를 내는 바람에 나와버렸다. 비법이란 것도 별로 없어보이더만..
그런데 그 날 집에 와서 달력을 봤더니 일월이 천극지충 하는 날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일진이란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지금도 달력은 간지를 보기 위한 용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