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하다.
사주에 관한 최대의 미신은 오행과 간지를 만물에 비유해서 표현해 놓은 물상(物象)이다. 이는 마치 오행과 간지에는 고유한 표상 즉 상수(常數) 값이 있다는 주장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오행과 간지는 물질이 아닌 관념이다. 그것에 표상을 부여하는 것은 사람의 생각일 뿐 어떠한 객관적인 측정 도구가 사용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검증 자체가 불가능하다. 근거라고는 골똘한 생각이 전부다.
오행은 다섯 가지이고, 간지는 22가지 밖에는 안 된다. 이런 제한적인 개수에 만물을 배속한다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일이고 표현할 수도 없다. 즉 이러한 만물 배속 방식은 굉장히 원시적인 사고이고 애초부터 잘못된 길이었다.
사주로 질병에 관해 말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음에도 잘못된 믿음이 아직도 파다하게 퍼져 있다. 오행과 간지를 오장육부에 연결하여 질병을 판단하는데 현대적인 질병분류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
실제 같은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사주를 보면 사주를 구성하는 간지나 육신이 모두 다르다. 이는 사주로는 질병을 알아낼 수 없다는 뜻이다.
사주로 알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길흉이다. 물상과는 달리 길흉은 간지 자체에 배속되어 있지 않다. 甲은 길하고 丑은 흉하다는 식의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길흉은 간지 관계에 의해 발생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표현과 해석이 가능하다. 현실과도 잘 부합한다.
하지만 사주로 길흉을 논할 수는 있지만 그 길흉의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알기 어렵다. 그 사람이 어떤 운에 길하다면 무슨 일로 길한지, 흉하다면 무슨 일로 흉한지 알 길이 없다. 그것이 사주의 한계이기도 하다.
사주에서는 흉(凶)이란 커다란 테두리(집합) 안에 한 요소로서 질병이란 집합적 요소가 있을 뿐이다. 그것을 헤집고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인지를 알아낼 방도는 없다.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하고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 의심하지 않는 맹목적 믿음은 미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