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을 해주는 사람들 중에는 한자의 원획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물 수(水) 라는 글자가 있다면 이것이 본래 水 의 형태로 쓰일 때 4획이니 부수로(삼수변 또는 아래물수) 쓰일 때도 마찬가지로 여전히 4획이다 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러할까?
물 수(水)의 변천 형태를 보면 여러번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원획이라면 최초로 쓰인 것을 기준하여야 할 것인데 최초에 과연 4획만으로 물 수가 쓰여졌을까? 변천 역사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획이란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특정 시점에서 한자가 정비되고 그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도 굉장히 인위적인 것이다. 하지만 의미가 있는 것은 그 시점부터 그렇게 한자가 계속 쓰여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실제의 쓰임.
물 수(水) 가 단독으로 쓰일 때는 4획이 되며, 부수로 쓰일 때는 획수나 형태가 변한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계속 쓰여왔다면 그 실제의 쓰임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단지 같은 의미의 글자라 해서 획수도 동일하게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이다.
내 천(川) 자도 물의 의미다. 포괄적인 관점에서는 이것도 물의 의미인데 그렇다면 이것도 4획으로 쓰여야 하지 않는가? 뿌리는 같을텐데 말이다.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니다. 바닷물은 짜고 호숫물은 싱겁다. 바닷물은 규모가 크고 밥그릇에 담긴 물은 양이 작다. 바닷물에서 헤엄을 칠 수는 있으나 밥그릇에 담긴 물에선 헤엄을 칠 수 없다. 단지 같은 물이라고 해서 같은 물로 다룰 수가 없다는 것이다. 획수란 바로 이러한 의미이다. 쓰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화가 필요한 사주가 있다 하자. 날 일(日)자는 태양을 의미하기 때문에 좋다. 그런데 날 일(日)자가 들어간 글자에는 어둡다는 의미를 가진 글자도 있다. 단지 날 일자가 들어 있다 하여 그 어둡다는 글자를 쓸 수 있을까? 아니될 말이다.
원획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자를 공부한 사람들이지 역(易)을 공부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