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사소한 현상도 아무런 어떠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 역의 발상의 시작이다. 그 작은 현상은 커다란 무엇인가에 대한 조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짐이 미래 예측의 시작이다.
일요일 오후 2:35 경이었다. 계수대 아래 들통을 꺼내다가 들통에 걸쳐 있던 유리병이 떨어져 팍삭 깨졌다. 갑작스럽게 이게 무슨 일인가 괘를 빼볼까 생각하다가 다른 일이 있어 잠시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3시경 갑자기 바깥에서 변압기가 두번정도 번쩍이더니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고 전기가 나갔다. 내가 사는 쪽 블럭 전체가 전기가 나갔다.
저녁 8시반쯤이 되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창밖을 보니 전력공사에서 나왔는지 작업하는 모습이 보였다. 20-30분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다 고친 것인지 다음날로 미룬 것인지 확실치 않았다.
촛불 두개를 켜고 잠시 책을 보고 있었다. 전기가 전혀 없던 옛날 사람들은 해가 지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전기가 전혀 없는 세상에서 살게된다면 어떻게 생활을 해야 하나 하는 잡념들이 떠올랐다. 책을 덮고 눈이나 좀 더 붙일까 하는 생각에 촛불을 껐는데 이내 몇초 안에 전기가 들어왔다.
크고 작고를 떠나 세상의 모든 기미와 조짐은 큰 호기심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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