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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 봉추(鳳雛)선생
날짜 : 2003-04-13 (일) 01:20 조회 : 4802


97/04/04 09:50 에 나우역학동에 올렸던 글입니다.
여기 나온 괘해석은 참고로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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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보면 방통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호는 봉추(鳳雛). 외모가 그리
출중하지 못한탓에 손권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현덕에게 조차 처음에는
낯이 가려졌었다. 비록 조조는 그 외모에 상관없이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듯 적벽대전에서 그가 찾아왔기에 기쁘게 맞이한 결과 연환계라는
꾀에 속아 넘어가는 아둔함을 보였지만.

때는 현덕이 방통과 더불어 촉의 낙성을 치러갈 무렵이다. 낙성의 요새는
촉에서 지형이 가장 험한곳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현덕은 방통으로
하여금 북쪽 넓은 길을 택하게 하고 자신은 남쪽 협곡을 따라 가겠다고 했
다. 이유인즉 현덕이 간밤에 꿈을 꾸기를, 귀신이 나타나 현덕의 오른팔꿈
치를 철여의로 때려서 생시인 순간에 까지도 아픔을 느낄 정도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방통은 일소에 붙이고 신경쓰지 않았다. 그 날 아침 진지를
거두고 출발을 하려는데 방통이 타고 있던 말이 갑자기 날뛰더니 오른쪽
앞다리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방통이 말에서 떨어지고 현덕이 놀라 부추기
며 왜 이런 성질 안좋을 말을 타느냐고 나무란다. 그러나 오랜동안 이 말
을 탔지만 이런적이 한번도 없었다한다. 현덕은 자신이 타고 있던 백마를
주며 이 말을 타고 가라는 거였다.

이때 적진영의 쾌장 장임은 현덕군이 몰려온다는 보고 속에서 장수인듯 한
자가 백마를 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장임은 그가 현덕인줄로 알고 매복
병을 두어 그 백마를 탄 장수를 집중 공격하라 했다.

이때 때는 여름이었던듯 싶다. 방통의 부대는 땀을 뻘뻘 흘리며 얼굴이 다
익어 가면서 행군을 하고 있었다. 비록 방통이 넓은 길로 간다고는 하나
촉은 워낙 지형지세가 험악한 곳으로 유명했다. 가다보니 절벽이 솟고 나
무가 울창한 곳에 이르러 쉬다 가자 했다. 그는 도중에 포로된 적의 병졸
에게 이곳이 어디인가를 물으니 낙봉파(落鳳坡)라 한다. 아뿔싸. 방통의
호가 봉추(鳳雛)인데 불길한 예감이 들어 어서 이곳을 뜨기로 결심하고 채
찍을 높이 들어 행진을 멈추고 길을 바꾸려고 했다. 허망함.

이를 본 적군의 매복병들은 마치 신호인 양 함성을 지르며 맹렬히 백마 탄
장수를 향하여 석포와 화살을 비오듯 쏟아부었다. 그렇게 봉추는 유명을
달리하였다.


봉추는 비록 재량이 있다고는 하나 지리와 천문에는 약했던 것 같다. 그가
지리에 능했다면 적지의 지형지세를 이미 간파하고 낙봉파라는 흉칙한 곳
으로는 결코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문을 알았다면
전날의 일기를 보아 그날의 흉을 이미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부족했던 것이 또 있다면 꿈에 대한 인식이다. 그가 꿈을 이해하고 해석할
줄 알았다면 쉬이 불길함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또 그는 아마도 역에는
그리 뛰어난 것 같지는 않다. 만약 그가 역(易)에 뛰어났다면 그동안 온순
했던 말이 다리를 부러뜨려가며 방통을 등에서 떠밀어 냈던 이유를 간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여러 행동을 보건데 팔자를 유추하자면 무척 현
실파에 속하지 않았을까 한다. 자신의 입신 또는 쓰임을 위해 스스로 손권
을 찾아가고 다시 현덕을 찾아 갔던것과 정신 작용인 꿈을 받아들이지 않
았던 점과 그의 외모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재량이 있다는 것으로 보아
식상과 재관이 유기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비록 인성은 있으나 무척
약했을 것이다.

여기서 현덕의 꿈을 해석하면, 오른팔이란 정의로움을 뜻하고 나를 돕는
협조자를 뜻한다. 굳이 음양론을 쫓아 왼팔(陽)은 와룡(공명)이고 오른팔
(陰)은 봉추(방통)로 억지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귀신은 나를 해치는 악당
이니 적군을 의미한다. 팔을 쳐서 고통을 줌으로써 썩 좋지 않은 느낌을
꿈속에서 가졌을 것이다. 꿈속의 감정은 현실에서 왜곡됨 없이 그대로 표
출된다. 이로써 오른팔은 방통이며 그가 해를 당할 것이란 예언은 이미 꿈
에 나타났던 것이다.

또한 방통의 말도 어떤 동물적 감성의 혜안이 있었던지 그것의 주인이 해
를 당할 것을 미리 예지하고 주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다리를 부러뜨려
가며 말렸던 것이라 볼 수 있다. 방통이 역에 조예가 깊었다면 그 상황을
보고 다음과 같은 괘를 뽑지 않았을까 한다. 말은 늘 서서 있으니 위로
뻗는 기상이 있는 동물이다. 따라서 이는 역 괘상에서 건(乾)으로 본다.
건은 오행상 금(金)에 속한다. 말이 다리를 부러뜨려 해를 입었으니 건금
이 상한것과 같다. 이에 천화동인 괘를 생각할 수 있고, 중리화(重離火)
괘가 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 건금은 체가 되며 이화는 용이 된다.
용이 체를 극하는 형국이다. 그리고 때는 한 여름의 폭서가 창천할 때이니
화의 기세가 무척강하다. 용이 되는 이화는 여름의 기운을 얻어 체를 무
차별하게 공격하니 가이 흉함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본괘 호괘 변괘

체 --- 건 --- 건 --- 건
--- --- ---
--- 금 --- 금 --- 금

용 --- 이 --- 손 --- 간
- - --- - -
--- 화 - - 목 - - 토

이는 후천괘상이라 수를 얻기 전에 먼저 괘를 얻으니 괘효사를 본다. 천화
동인 여러 사람이 한마음 한뜻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상효가 동하여
천산둔(遯)으로 변하였다. 상효인즉 고립됨을 뜻하며 불우한 이들이 갇혀
있는 것과 같다. 둔(遯)괘는 은둔생활을 뜻한다. 만사가 여의할 때 까지
나아가지 말고 숨어 있어야 길하다는 것이다. 4효가 동했어도 흉이다. 성
벽까지 진격해 갔지만 진퇴양난에 빠진다. 이 때도 야심을 버리고 정도로
돌아오면 길하다.

이화가 건금을 극하는 것은 화천대유도 있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다. 군병
들이 한뜻이 되어 적을 무찌르러 가다가 액을 당하니 화천대유 괘에 사효
나 상효가 동한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그 날이 칠월칠석. 현덕이 떠난뒤 공명이 형주성에 남아 뒷일을 맡고 있었
다. 그 날 성중의 군병들을 위로차 주연을 베풀고 거의 끝나갈 무렵 깊은
밤에 공명은 한개의 커다란 별이 괴상한 빛을 내면서 서쪽하늘로 흘러가다
가 번쩍하고 광채를 내더니 그만 땅위에 떨어지고 말았다: 파군성(破軍星).
공명은 이를 보고 좋지 않은 소식이 수일내로 올 것이라 군병들에게 알렸
다. 이윽고 그 소식이 당도 되었으니 방통의 사망이라.

큰 별이 떨어진 것이다. 이는 점성술에서도 꿈의 해석에서도 동일한 이해
가 가능하다. 큰 인물의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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